[스포츠 돋보기] 챔스리그 난투극 속 경기매너 빛난 이정수·염기훈

[스포츠 돋보기] 챔스리그 난투극 속 경기매너 빛난 이정수·염기훈

입력 2011-10-21 00:00
수정 2011-10-21 01:0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축구판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학교 축구마저 승부 조작에 휘말렸고, K리그 상주 상무를 이끌던 이수철 감독은 비극적 선택을 했다. 그리고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알사드(카타르)의 경기에서는 볼썽사나운 난투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아수라장 속에서도 돋보이는 두 선수가 있었다. 바로 알사드의 이정수와 수원의 주장 염기훈이다.

알사드 호르헤 포사티 감독은 경기 뒤 “두 번째 골을 넣은 상황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두 명이 다쳐 누워 있는 상황에서 수원 선수들이 계속 공격을 이어 간 것에 우리 선수들이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비겁한 변명이다. 수십년 축구인으로 살아온 지도자라면 어린 선수들이 흥분해서 매너 없는 플레이를 할 때 꾸짖고 바로잡는 게 도리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상대 팀만 탓했다. 소속 선수가 팬을 폭행한 것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가 격투기장으로 바뀌기 직전 정리에 나선 것은 이정수였다. 이정수는 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동료들에게 “이건 아니다. 우리가 한 골을 내주고 다시 경기를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알사드 감독과 선수들은 이를 무시했다. 이정수가 한국 선수인 동시에 상대 팀이 친정인 수원이라서 중재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이정수가 동료 선수들을 설득하고 있을 때, 염기훈은 충돌 직전의 양팀 선수들을 뜯어 말리고 있었다. 염기훈의 성숙한 행동이 없었다면 팬의 경기장 난입 이전에 이미 난투극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염기훈은 또 경기장에 난입한 팬이 알사드 골키퍼에게 다가가는 것을 발견하고 주저없이 달려갔다. 비록 간발의 차로 알사드 케이타의 구타를 막지는 못했지만, 폭행 이후에도 차분하게 팬을 감싸 보호하며 경기장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어 다른 선수들이 주먹다짐을 벌이고 있을 때 염기훈은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싸움을 말렸다.

일부 수원 팬들은 격투 능력을 발휘한 스테보와 고종수 코치를 칭찬한다. 하지만 진짜 프로는 ‘피스메이커’ 염기훈과 이정수다. 국가대표급 경기 매너를 보여 줬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2011-10-2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