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논란’ 두 피겨스타 엇갈린 반응
피겨 스케이팅 대표팀의 김연아가 20일(현지 시간) 오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여자 싱글 프리 경기를 마친 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경기 직후 이어진 플라워 세리모니에서 소트니코바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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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연기가 끝나고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면서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실수 없이 마친 것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74.92점으로 1위를 차지한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점수 144.19점을 더해 총점 219.11점을 받았다. 점프와 스핀, 연기력 모든 면에서 깔끔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149.95점을 받으며 종합 224.59점으로 앞지른 탓에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판정이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기자회견에 앞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점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연아는 “(점수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결과에 만족을 안 하면 어떡하겠느냐”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김연아는 자신의 기록에 대해 “평소에도 예상을 잘 하지 않고, 신기록 등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대해 실망한 주변 사람들에게 오히려 “많이 나왔다”면서 다독이기도 했다.
김연아는 “1등은 아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보여 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고 또 감사드린다”면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큰 실수 없이 준비한 대로 다 보여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연아는 자신의 미래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연아는 “지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선수 여정’을 끝낸 고단함을 내비쳤다. 이어 “올림픽이 끝났기 때문에 한국에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 이후에는 특별히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월에 공연(아이스쇼)이 예정돼 있어 그 준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금메달을 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새로운 나를 찾았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을 따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라면서 “오늘 경기장에 나서면서 내가 얼마나 스케이트를 사랑하는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트니코바는 또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이 목표였다”면서 “솔직히 말해 금메달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기뻐했다.
올해 18살인 소트니코바는 “그동안 힘든 훈련을 참고 이겨낸 것이 오늘 이렇게 표현할 수 없는 기쁨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생애 최고 점수를 올림픽에서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러시아 홈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팬들의 응원이 대단했다”며 “응원 소리가 워낙 커서 (스케이트를) 잘 타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고 고마워했다.
올해 러시아 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소트니코바는 “오늘 완전히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며 “예전 같으면 경기 시작 전에 무척 긴장했을 텐데 오늘은 매우 마음이 편안했다”고 일찌감치 우승에 대한 예감이 온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소트니코바는 하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경기 직후 자국 스포츠매체 스뽀르뚜 익스쁘레스를 통해 “심판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내가 심판들에게 강요한 것은 없다”면서 “(판정과 관련된) 질문은 그만 받았으면 한다. 나는 나의 경기를 펼쳤을 뿐이다”고 잘라 말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