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지존 뒤로 왼손 명사수 탄생

오른손 지존 뒤로 왼손 명사수 탄생

입력 2014-09-22 00:00
수정 2014-09-22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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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2관왕’ 열일곱 고교명사수 김청용

“고교생 김청용을 주목해 주세요. 일을 낼 겁니다.”

지난달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도중 윤덕하 총감독은 자신 있게 얘기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승부근성이 돋보인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진종오(35·KT)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종오(오른쪽)가 시상식에서 김청용에게 태극기를 둘러주고 있는 모습.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진종오(오른쪽)가 시상식에서 김청용에게 태극기를 둘러주고 있는 모습.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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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왼쪽)와 김청용이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 나란히 출전, 등을 맞댄 채 표적을 겨누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진종오(왼쪽)와 김청용이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 나란히 출전, 등을 맞댄 채 표적을 겨누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그 예측이 적중했다. 앳된 얼굴의 김청용(17·흥덕고)이 21일 인천 옥련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1.2점으로 황금빛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179.3점으로 동메달에 그쳐 아시안게임 개인전 ‘노골드’의 불운을 이어갔다.

본선 4위로 결선에 나선 김청용은 출발부터 상큼했다. 첫 세 발을 모두 10점 이상을 쏘면서 앞서나갔다. 두 번째 세 발에서는 다소 흔들려 2위로 밀렸지만 두 발씩 쏴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세션에서 오히려 힘을 냈다.

11번째 발을 10.9점으로 쏘며 기세를 올렸다. 그 기세에 진종오마저 16번째 발에서 7.4점을 쏘며 흔들렸다. 김청용은 16번째 발에서 10.4점을 쏴 사실상 우승을 확정한 뒤 팡웨이와의 마지막 두 발도 가볍게 매조져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이로써 김청용은 단체전 금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에다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청주 서현중 시절 처음으로 총을 잡은 김청용은 고교에 진학하자마자 학생대회를 석권했다. 지난 3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아시아사격선수권 남자 유스 10m 공기권총 정상을 밟더니 지난달 난징유스올림픽에도 참가, 같은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달 초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앞서 큰 대회 경험을 쌓은 덕에 이번 대회 일을 냈다.

그는 사격계에선 보기 드문 왼손잡이 사수다. 이 때문에 사격 기술을 배울 때는 전문 코치를 초빙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랐지만 오른손잡이와 대결할 때 얼굴을 마주 보며 쏘게 돼 상대를 동요하게 할 수 있는 점을 강력한 무기로 만들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그는 자신을 청주 복대중 사격부로 전학시킨 며칠 뒤 의료사고로 세상을 뜬 부친에게 우승의 기쁨을 전하려고 하늘을 향해 번쩍 손을 들었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2014-09-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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