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결승 진출을 이끈 루카 모드리치(왼쪽 프랑스)와 폴 포그바(프랑스).
AFP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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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잉글랜드만 그런 게 아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테크니컬 스터디 리포트에 따르면 대회 전체에 일관된 경향이었다. 브라질의 1994년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레이라와 네덜란드 공격수 출신 마르코 반바스텐이 주도한 보고서는 점유율이 얼마나 과대평가되고 있는지, 얼마나 세트피스가 효율적일 수 있는지, 왜 플레이메이커가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고 영국 BBC가 16일(현지시간) 소개했다.
파이널 서드(final third, 한쪽 진영을 3등분했을 때 마지막 구역) 진입은 공동 17위, 페널티지역 진입은 공동 18위, 크로스 횟수는 공동 28위에 그쳤지만 프랑스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은 벨기에 뿐이었다. 한 골을 넣기 위해 몇 개의 슛이 필요했느냐 따지니 프랑스는 6개로 러시아(4.5개)보다 조금 많았다. 독일은 무려 36개가 필요했다. 효율성과 결정력에서 단연 앞섰다.
대회 전체를 통틀어도 이 루트로의 득점 비중이 늘었다. 코너킥 29개 가운데 한 골은 터져 2010년 남아공 대회 때 67개 가운데 한 골, 4년 전 브라질 대회 때 36개 가운데 한 골보다 이 득점 루트가 각광받았다.
경기당 101㎞를 뛴 프랑스보다 적은 거리를 커버한 팀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멕시코, 파나마 네 팀뿐이었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세르비아가 이 부문 1위였는데 무려 113㎞를 뛰었다. 잉글랜드는 107㎞로 7위였다.
스프린팅을 비교하면 프랑스의 순위는 조금 더 올라간다. 시속 25㎞였는데 킬리안 음바페 덕분이었다. 이 속도 이상으로 커버한 거리가 2007m였는데 17위였다. 흥미롭게도 스페인은 1588m로 꼴찌 스웨덴의 바로 다음이었다.
중거리 슈팅 29개당 한 골이 터져 브라질 대회 때의 42개당 한 골보다 훨씬 좋아졌다. 남아공 대회 때보다 이 지역에서의 슈팅이 32% 감소했는데 이유는 타이트하고 정교한 수비 때문이었다. 프랑스는 이 거리에서 9.5개의 슈팅을 날려 한 골을 집어넣어 러시아 다음이었다. 크로아티아는 54개를 날려 한 골에 그쳤고, 독일은 36개를 날려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에는 이렇다 할 플레이메이커가 나오지 않았다. 골든볼을 수상한 루카 모드리치와 폴 포그바는 결승으로 이끈 견인차였다. 2006년 독일 대회 우승을 이끈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2010년 남아공 우승을 지휘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비(스페인), 4년 전 브라질 우승을 이끈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독일)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8강전 네 경기만 비교해도 잉글랜드는 “수비에서도 탄탄했던 두 선수가 공격에서도 잘 연결됐다”고 표현한 반면 벨기에는 “타고난 기량에다 믿기지 않는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전술적 유연성과 명쾌한 작전 계획이 러시아 대회의 성공 요소로 지적됐지만 어느 코치도 이를 그라운드 위에서 직접 지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파레이라는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는 것은 “경기 템포를 높이거나 낮추고, 스위치 플레이, 그외 많은 일들을 일어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일을 감당할 선수가 있고 없고가 많은 차이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