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너마저… 유럽 ‘등급하락’ 도미노에 초긴장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마저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철퇴’를 맞으면서 유럽 시장에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 들어 신용등급이 강등된 유럽 내 여섯 번째 국가다. 그러나 공공부채의 규모가 무려 1조 9000억 유로(약 2974조 6000억원)로, 앞서 신용등급이 하락한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공공부채를 합친 것보다 많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가 분주히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48.4원까지 급등해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A+→A)을 전격 발표하며 어두운 경제 전망과 정치적 위험요소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둔화된 경제 성장세나 정치 리더십 부재 등을 감안할 때 이탈리아 정부가 ‘2013년까지 모두 540억 유로(약 84조원)를 감축,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S&P는 우선 2014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7%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탈리아 경제 활동의 속도가 둔화돼 정부의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연립내각이 나라 안팎의 신뢰를 잃은 것도 이탈리아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든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시장의 압력에 이탈리아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것을 볼 때 경제적 도전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베를루스코니 내각의 지도력을 에둘러 비판했다. 재벌 출신인 베를루스코니는 현재 뇌물 공여·위증 교사 등의 혐의로 모두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날 “이탈리아 의회가 지난주 통과시킨 재정감축계획이 지방정부의 권한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지자체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다음 달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신용등급 강등국’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위태로운 곳으로 스페인을 꼽는다. 유럽권 내 심각한 재정난을 겪어 온 피그스(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인 데다 지난 7월 제2차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검사)에서 방코 파스토르 등 5개 은행이 불합격 판정을 받은 탓이다.
이탈리아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프랑스에도 이탈리아발(發) 위기가 옮겨붙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프랑스는 최고 수준의 국가신용등급인 ‘트리플 A’(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재정 적자 규모와 순부채 비율이 위험한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부채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77.9%로 ‘트리플 A’ 15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국채에 투자했던 유럽 은행들도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과 이에 따른 후폭풍 여파로 더 큰 손실을 보게 됐다. 특히 독일 기업 지멘스가 프랑스의 대형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에서 5억 유로(약 7818억원)를 인출해 유럽중앙은행(ECB)에 예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하는 등 대규모 자금 인출(뱅크런)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호아킨 알무니아 유럽연합(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여름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9개 이상의 은행은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11-09-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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