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집안싸움에 ‘2조6천억 황금알 서울 면세점’ 불안

롯데 집안싸움에 ‘2조6천억 황금알 서울 면세점’ 불안

입력 2015-08-06 14:38
수정 2015-08-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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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롯데 소공·잠실점 재입찰…신세계 등 재도전 채비

롯데그룹이 최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드러내고 ‘일본 뿌리’ 이미지로 사회적 반감을 사면서 당초 ‘뻔한 승부’가 점쳐졌던 10월 ‘면세점 2차전’의 결과도 예단할 수 없게 됐다.

롯데는 11~12월 특허권이 만료되는 서울 소공점·롯데월드점 중 하나를 뺏기면 “기업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재선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집안싸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 10월 서울·부산 4개 면세점 운영자 재선정

관세청은 최근 “서울과 부산 시내 4개 면세점 운영 의사가 있는 업체들은 9월 25일까지 신청하라”고 공고했다.

이들 4개 면세점 특허권은 기존 면세점들의 특허권이 오는 11~12월 잇따라 만료되면서 자동으로 공개경쟁 대상으로 풀린 것들이다.

워커힐(SK네트웍스) 서울 면세점이 11월 16일,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이 12월 22일, 롯데면세점 서울 롯데월드점이 12월 31일, 신세계 부산 면세점이 12월 15일 차례대로 특허 기한이 끝난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면세점 특허가 10년마다 자동 갱신됐으나 2013년 관세법이 바뀌면서 롯데·SK 등 기존 업체도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한다.

업계는 9월 25일 신청이 마감되면 늦어도 10월 말 또는 11월 초까지는 서울·부산 시내 4개 면세점의 주인공이 가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면세점 운영 호텔롯데 지분 99%가 일본계…롯데 ‘불안’

롯데그룹의 형제간·부자간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만해도 사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10월 면세점 특허 유치전에서 롯데의 ‘수성(守城) 실패’ 가능성을 크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롯데 스스로도 “지난 1979년 소공점, 1988년 롯데월드점을 개장한 뒤 무려 35년이나 면세 사업을 운영하면서 수 없는 시행착오와 차별화 노력을 통해 국내 면세시장을 현재 수준까지 키워왔다”고 강조하며 특허권 재부여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롯데 내부의 낯뜨거운 부자·형제간 경영권 다툼과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이 척결돼야할 경제·사회적 병폐로까지 부각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관세청은 “롯데면세점도 다른 후보자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권 자동 갱신’을 인정하지 않는 2013년 관세법 개정의 취지를 생각하면 당연한 말이지만 내심 어느 정도의 ‘기득권’을 기대하는 롯데 입장에선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면세점 운영 주체인 호텔롯데의 지분이 거의 모두(99.28%)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 ‘L제○투자회사’, ㈜패밀리 등 일본계 롯데 계열사나 주주의 몫이고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집중 조명을 받게 될 수 있기때문이다.

이 경우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 지속 가능성 및 재무건정성 등 경영능력 ▲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 기업이익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등의 부문에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더구나 이번에 특허가 풀리는 롯데면세점 2곳의 연매출이 ▲ 롯데 소공점 2조원 ▲ 롯데 잠실 롯데월드점 6천억원 등 모두 2조6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영업권 지켜야하는 롯데로서는 부정적 여론에 큰 압박을 느끼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많은 분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롯데그룹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특허권 심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유력 후보 신세계 “준비는 갖춰져 있다”

반대로 이 같은 롯데의 ‘내분’은 면세점 경쟁자들에게는 ‘기회’다.

업계는 가을에 펼쳐질 롯데 소공점·롯데월드점, 워커힐(SK네트웍스) 면세점 특허 유치전에 언제라도 뛰어들 수 있는 잠재 후보로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을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두 업체 모두 면세점 입찰 참여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서울 신규 면세점 유치전을 치르면서 모든 준비는 거의 갖춘 상태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9월 25일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적어도 신세계의 경우 재도전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주요 신규 사업의 하나로 면세점을 타킷으로 삼은데다 최근 롯데 사태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더 커진만큼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면세점을 주축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 아래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했고 지난해 김해공항에 두 번째 면세점을 열었다. 올해 2월에는 마침내 ‘숙원’이었던 인천공항 면세점 입성에도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로 처음 선정된 뒤 “우리는 백화점, 이마트, 프리미엄 아웃렛 사업 등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유통 전문기업이기 때문에 역량은 가장 앞서 있다”며 “신세계는 면세점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면세사업과 지역관광을 연계, 지역경제와 중소상공인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개발해야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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