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 9년새 1.6배로…강남 3구에 31% 집중
집값의 일정 수준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완화되고 나서 3년 만에 강남권에만 10조원 넘는 돈이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의 60%를 넘는 규모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말 111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주택담보대출 463조6천억원의 24%에 해당한다.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말 71조3천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1.6배로 늘었다. 주택금융공사 양도분(약 10%)을 고려하면 잔액은 120조원을 넘는다.
자치구별로 보면 강남구가 13조8천억원, 서초구 11조4천억원, 송파구 9조5천억원 등으로 강남 3구가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의 31.0%(34조7천억원)를 차지했다. 강동구도 7조8천억원으로 적지 않았다.
규모가 가장 작은 지역은 금천구(1조4천억원)로 강남구의 10분의 1 수준이다. 강북(2조원)·중랑(2조4천억원)·도봉구(2조6천억원)와 거주 인구가 적은 종로(1조6천억원)·중구(1조7천억원)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적다.
주택담보대출을 집값과 비교한 LTV는 서울지역이 평균 47.6%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시·도는 모두 50%를 넘고, 제주도는 60.0%에 달했다. 전국 평균 LTV는 53.4%다.
대출 규모도 커졌지만, 그보다 집값이 더 뛰면서 LTV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금감원 관계자는 해석했다. 강북 지역은 대체로 LTV가 높고, 강남 지역은 LTV가 낮다는 점이 이를 방증했다.
서울에서 LTV가 낮은 지역은 강남구(41.8%)다. 이어 송파구(42.0%), 서초구(44.8%), 양천구(45.6%) 순이다. LTV가 높은 지역은 강북구(54.7%), 중랑구(54.5%), 은평구(53.9%), 금천구(53.2%), 도봉구(52.5%) 순이다.
제윤경 의원은 “2014년 LTV 규제 완화가 투기적 수요에 불을 지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LTV 규제 기조를 강력하게 유지해야 집값 안정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풀리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은행 대출이 대거 풀렸고, 이런 초과 유동성 공급이 강남권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LTV·DTI 규제 완화 직후인 2014년 말 대비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보면 강남구가 3조8천억원(38.4%↑), 서초구 3조4천억원(43.3%↑), 강동구는 3조1천억원(67.5%↑)으로 강남권 3개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난 곳은 이들 3곳뿐이었다.
서울 전체적으로 2014년 이후 주택담보대출은 16조4천억원 늘었다. 강남·서초·강동구가 이 중 62.8%(10조3천억원)을 차지했다.
노원구(-2천억원)와 구로(-500억원)·도봉구(-100억원)는 오히려 대출 잔액이 줄었다.
제 의원은 은행권의 가계대출에서 담보가 차지하는 비중과 평균 연소득·원리금,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따져보면 “DSR이 높을수록 소득은 낮고 대출 원리금과 담보 비중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DSR 50% 이하 구간은 평균 소득 5천374만원, 원리금 1천19만원, 담보 비중 43.0%다. DSR 100% 초과 구간은 소득 2천273만원, 원리금 3천804만원, 담보 비중 60.7%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