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박 사정권 벗어났지만… 車관세 불씨는 남았다

美 통상압박 사정권 벗어났지만… 車관세 불씨는 남았다

장은석 기자
입력 2018-09-27 01:20
수정 2018-09-2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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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안 내용·의미

美 투자자의 소송 남발 제한 최대 성과
픽업트럭 관세철폐 2021→2041년으로


트럼프 “한·미가 무역협력의 본보기 세워”
文대통령 “경제협력 한 단계 높이는 기회”
트럼프, 한국산 車 관세 면제 검토 지시
美, ‘무역법 232조’ 고율 관세 부과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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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김현종(왼쪽) 통상교섭본부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오른쪽)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 참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욕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김현종(왼쪽) 통상교섭본부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오른쪽)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호텔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식’에 참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욕 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한국으로서는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른 주요국보다 미국의 통상압박 사정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국이 한국산 등 수입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길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어서 정부는 철강에 이어 자동차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 롯데뉴욕팰리스 호텔에서 한·미 FTA에 관한 정상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우리가 더 좋은 개정 협상을 함으로써 한·미 간 교역관계는 보다 자유롭고 공정하고 호혜적인 협정이 됐으며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가 무역협력의 ‘본보기’를 세웠다”면서 “양질의 미국산 자동차나 혁신적인 의약품, 그리고 농산물이 한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게 될 것이고 한·미 노동자 모두 새로운 고객과 기회를 찾으면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6일 그동안 한·미 FTA의 독소 조항으로 꼽혔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를 이용한 미국 투자자의 소송 남발을 제한할 방안을 개정안에 담았다는 점을 최고 성과로 내세웠다. 미국 정부는 한국산 픽업트럭의 관세 철폐 시한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늦추고 한국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해도 한국에 수출 가능한 미국차 물량을 연 2만 5000대에서 5만대로 늘린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FTA 개정으로 무역적자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잠재워 향후 통상압박을 피해 갈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지난 24일 뉴욕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 세계 주요국들이 미국과 치열하게 통상 분쟁, 통상 쓰나미에 휩싸인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가장 먼저 타결되고 서명된 무역협정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통상압박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한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산 등 수입 자동차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체 자동차 수출량의 33%인 85만대다.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차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뚝 떨어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이 25% 관세를 매기면 한국차의 대미 수출 가격이 9.9∼12.0% 올라 수출 감소 등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의 손해가 총 2조 8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차에 관세 면제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것은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차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생산된 것이고, 중국·일본·독일·멕시코 등 4개 나라는 대미 무역 흑자 폭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올 상반기 25%나 흑자 폭이 줄었다는 점을 들며 한국차 관세 면제를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배석자에게 “문 대통령의 말씀을 고려해 검토해 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미 FTA 개정안의 내년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국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향후 미국이 한국차에 관세를 매기면 야당 반대로 국회 비준 동의가 험난할 수 있다.

서울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8-09-2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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