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청부 해커/박대출 논설위원

[씨줄날줄] 청부 해커/박대출 논설위원

입력 2011-03-25 00:00
업데이트 2011-03-25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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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나쁜 소비자를 일컫는다. 고의로 상품의 하자를 문제삼는다. 보상금을 노리기도 한다. 생산자에겐 무서운 존재다. 자칫하면 치명적인 피해가 따른다. 지난해 쥐식빵 파문은 여기서 진화한 사건이다. 빵가게 주인이 소비자처럼 위장했다. 이웃 빵가게의 식빵에 쥐를 넣어 거짓 고발했다. 경쟁업체에 타격을 주려는 잔꾀였다. 소비자 주권을 범죄 수단으로 악용했다. 자작극은 블랙 컨슈머의 변형이다.

블랙 해커(black hacker). 이를테면 나쁜 해커다. 갖가지 사이버 폭력을 일삼는다. 남의 컴퓨터를 침입하는 존재다. 인터넷 시스템을 파괴한다. 악의(惡意)를 담고 있다. 크래커(cracker)로도 불린다. 화이트 해커(white hacker), 즉 착한 해커와 대비된다. 프랑스 외인부대는 용병으로 운용된다. 이를 글로벌 기업화한 회사가 있다. 블랙 워터(black water). 미국의 용병 회사다. 이를테면 전쟁 청부회사다.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무대는 국경을 초월한다.

사이버 범죄가 지능화되고 있다.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가 요즘엔 골칫거리다. 정부기관, 기업체, 개인 PC 등을 무차별 공격한다. 네트워크 공격 가운데 3분의1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요즘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생겼다. 디도스 공격을 당하면 경쟁업체부터 의심한다고 한다. 디도스 공격은 주로 중국발(發)이다. 청부 해커들이 그 일을 맡는다. 한글로 운영되는 중국 사이트들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해커를 구하는 광고를 버젓이 올린다. 디도스 공격용 등 용도를 적시하기도 한다. 청부 바이러스 제작도 등장했다.

사이버 범죄는 끝 모르게 진화 중이다. 아이템베이의 디도스 사건을 보자. 2008~2009년 게임업계를 뒤흔들었다. 피해액은 무려 14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에야 전말이 드러났다. 경쟁사 사주를 받은 중국 지린성 해커들의 소행이라고 한다. ‘블랙’의 종합판이다. 블랙 해커를 동원했으니 청부 범죄다. 경쟁업체를 위협했으니 블랙 컨슈머의 변형이다. 블랙 워터처럼 국경을 넘나든다.

사이버 블랙 마켓(black market). 블랙들이 날뛰는 공간이다. 개인 정보를 불법 거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대형화하고 조직화하는 추세다. 오프라인 범죄까지 가세하고 있다. 두 경계가 무너지면 더 위험하다. ‘크라임 웨어’, 즉 범죄 소프트웨어는 더 다양해진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이버 인터폴이 필요하다. 국제 공조를 서둘러야 한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2011-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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