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이주열 후보자와 권선주 행장의 공통점/안미현 경제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이주열 후보자와 권선주 행장의 공통점/안미현 경제부 전문기자

입력 2014-03-20 00:00
수정 201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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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경제부 전문기자
안미현 경제부 전문기자
제목만 보고 ‘학교’를 떠올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와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연세대를 나왔다. ‘내부 승진’을 떠올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후보자는 직전 명함이 한은 부총재, 권 행장은 기업은행 부행장이었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새집으로 이사를 했거나 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오는 6월에 서울 강남구 보금자리주택지구 안의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 권 행장은 지난주에 지금 살고 있는 집 인근인 대치동 아파트로 옮겼다. 새 아파트는 아니지만 보름 정도 수리해 말끔하게 새집처럼 꾸몄다.

이 후보자는 한은 부총재로 정년 퇴임한 직후인 2012년 6월 청약 신청을 넣었다.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당첨됐다. 어제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해 4월 1일 총재로 취임한다. 두 달 뒤에는 2년 동안 열심히 중도금을 부은 새집으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올해가 이 후보자 개인에게는 대운(大運)이 든 해인 듯싶다.

권 행장도 이 후보자 못지않다. 몇 년 전부터 집을 내놓았지만 통 팔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중순 부동산중개업소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그 길로 달려가 오밤중에 ‘헌 집 팔고 새 집 사는’ 매매 계약을 동시에 체결했다. 집이 팔릴 때까지 이사할 집을 사지 않는 것은 권 행장의 오랜 철칙이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은행원’의 면모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12월 23일 기업은행장에 내정됐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운에 관한 한 고(故) 김정태 국민·주택 초대 통합은행장을 빼놓을 수 없다. 51살에 최연소 은행장(주택은행장)이 됐던 그는 ‘금피아’(금융감독원) 출신인 당시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합병은행장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누가 봐도 불리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운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에 고인은 살아생전 인터뷰에서 “내가 억세게 운이 좋은 건 맞다. 그러나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다”고 답했다. 스스로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돼 있지 않으면 운은 자신의 곁을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흘러가는 강물 속에 있으면 그 강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다”는 고인의 지론과도 맥이 닿는 얘기였다.

이 후보자와 권 행장에게도 운이 좋았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한은 총재 인선에 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덕에, 대통령이 여자인 덕에, 총재 후보가 되고 행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가 35년간 통화정책의 한 우물을 파지 않았다면, 권 행장이 해외 지사장으로 발령난 남편을 ‘사표 쓰고’ 편하게 따라나섰다면, 그 운은 두 사람을 비켜 갔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 막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발을 뗐거나 떼려고 한다. 이 후보자는 국가경제와 직결된 중앙은행의 수장이다. 권 행장은 우리나라의 첫 여성 은행장이다.

결코 요행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에게 날아든 운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지금부터 두 사람에게 달려 있다.

hyun@seoul.co.kr
2014-03-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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