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부터 올해 말까지 도로명 주소의 활용률을 50% 가까이 높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번 주소와 비교해 위치 찾기가 편리한 도로명 주소가 국가경쟁력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배경에서다. 이에 따라 안전행정부는 정책 도입과 동시에 지방자치단체별로 가정에 안내문을 발송하고 별도의 상황대책반을 꾸려 민원 해소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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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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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윤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주소 활용에 따른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도로명 주소 개발을 위해 투입한 4000억원 예산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합일간지인 A신문은 지난 10일부터 3일간 성인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도로명 주소 사용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조사는 ‘주거지의 지번 주소인지 여부’, ‘주거지의 도로명 주소인지 여부’, ‘도로명 주소의 편리성’이라는 세 항목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집 새 도로명 주소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9명에 불과했다. 주소의 평균 사용 빈도 역시 한 달간 1.43회로 매우 낮았다. 또한 주소 사용 이유의 39%가 주민등록 갱신 등 공공기관 업무 처리를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어서, 주민들이 주소를 자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관련 기사는 ‘“여전이 생소하고 불편”… 길 잃은 도로명 주소’라는 제목을 달고 안전행정부가 올해 도로명 주소 홍보에 책정한 14억 500만원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
더 나아가 2일 한 종합편성채널 뉴스에서는 165곳의 도로명 주소가 수정된 사실을 보도했다. 예를 들어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에 책정된 도로명 주소인 ‘남부순환로’의 느낌이 강남구 같지 않다는 아파트 주민 반발에 주소가 ‘삼성로’로 바뀌는 식이다. 이렇게 표지판과 안내판을 다시 제작하는 데 든 세금이 2억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종편은 이 같은 문제가 초기 주민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던 부작용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덧붙였다.
서울신문에서도 도로명 주소가 시행된 다음 날인 1월 2일자에 여러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담은 기사가 나왔다. 안행부의 통계와 택배 기사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주민들 사이의 혼란과 정책의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 기사였다. 아쉽게도 가중됐던 혼란과 더불어 정책을 둘러싸고 나타난 행정적 실수는 이후 넉 달간 서울신문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에 도로명 주소 스티커가 부착된다는 등 관련 기사가 몇 건 있었지만 안행부의 정책을 주민들이 기피하는 이유를 지적 하거나 분석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정보 제공에 그쳤다.
2014년 1월 1일부터 도로명 주소가 단독 법정 주소로 공표됐다. 넉 달이 다돼가는 이 시점에서도 주민들의 불편함과 가장 맞닿아 있는 정책이 도로명 주소 정책이라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새로 정립된 정책, 자치, 고시 뉴스 ‘서울신문 자정고’의 역할은 이러한 ‘현실적인’ 안타까움을 현상 분석과 효율적인 수정 의견을 포함한 기사로 해소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도로명 주소의 사용률은 앞으로도 쉽사리 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점을 지적한 비판적인 기사가 꾸준히 나와야 정책 효과가 제고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14-04-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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