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하의 시시콜콜]검사들의 커밍아웃

[전경하의 시시콜콜]검사들의 커밍아웃

입력 2020-10-31 05:00
수정 2020-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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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인 2000년 가을 한국 사회에 거센 동성애 찬반 논쟁이 일었다. 연예인 홍석천(49)씨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커밍아웃’(coming out) 사건이다. 커밍아웃은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e out of closet)에서 유래한 용어로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이 더 이상 벽장 속에 숨어 있지 않고 공개적으로 사회에 자신의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홍씨가 커밍아웃 이후 바로 방송에서 하차한 뒤 3년만에 복귀한 것처럼 커밍아웃에는 각종 불이익과 차별이 뒤따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면서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의 비위 의혹을 다룬 기사를 공유했다. 이 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글을 올려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것에 대해 대답이다. 지지자들에게 이 검사의 신상을 털도록 한 ‘좌표찍기’와 동시에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사들이 대거 반발, ‘저 역시 커밍아웃한다’는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 글에 100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렸다.

공개적인 커밍아웃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커밍아웃 당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성소수자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이달 초 커밍아웃한 트로트 가수 권도운씨는 공황장애로 입원하기도 했다.

추 장관이 일으킨 커밍아웃은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을 둘러싼 고뇌, 이들에 대한 차별을 줄이기 위한 각종 노력 등을 희화화시켰다. 또한 추 장관의 행태는 ‘아웃팅’(outing)적인 요소도 있다. 아웃팅은 커밍아웃의 반대로 타인의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없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행위를 말한다. 커밍아웃처럼 특정인의 정치적 성향, 이런저런 비밀을 고의로 밝히는 행위에도 쓰이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다른 부처의 장관보다 인권에 엄격해야 한다. 법무부는 추 장관이 법무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밝힌 것처럼 ‘정의의 파수꾼이자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다. 현재 국회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의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계류돼있다. 제정안에는 성별, 장애, 나이는 물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21개 항목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추 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은 본인이 법무부 장관을 할 수 없다고 ‘커밍아웃’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논설위원 lark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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