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유월이 와서/황수정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유월이 와서/황수정 수석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23-06-09 02:27
수정 2023-06-09 02:2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삽짝’이란 말을 오랜만에 마주쳤다. 며칠을 머릿속에 맴돈다. 대문에 밀리고 현관에 밀려서 잊혀진 말. 삽짝, 삽짝 하면 기다려도 안 오던 사람이 사부작사부작 걸어올 것 같다. 떠난 사람들이 보고 싶어지면 삽짝, 삽짝 소리내 불러 봐야지.

불러 주지 않아서 가 버린 것들이 많다. 저 혼자 가지 않고 훌훌 데려가 버린 것들은 또 얼마인지.

삽짝을 모르면 삽짝 저쪽 마당가의 수채 도랑을 알 수가 없고. 물이끼 피는 그 도랑을 모르면 “뜨건 물 나가시네” 크게 먼저 소리치고 끓는 솥 비우신 할머니 마음을 알 수가 없고. 그 소리에 놀란 개미들 줄행랑치는 도랑을 돌아 뒤란을 모르면 물앵두 다 익어 몰래 떨어지는 풋그늘을 알 수가 없고. 그 뒤란 너머 안마루의 두레상을 모르면 무릎 붙이고 숟가락 붐비던 그 저녁을 알 수가 없지. 두레밥상 접고 나면 동그란 이마 위로 봉긋한 달.

둥글게 저물던 저녁, 모서리가 없던 밤. 눈만 감아도 삽짝에서 달까지 한달음에 다녀오고야 마는 유월의 이야기.
2023-06-09 2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