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근성/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근성/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1-10 00:00
수정 2011-01-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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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쯤 전의 일이다. 회사 일에다 저녁 약속까지 많아 밤늦게 집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집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하면 인근 쉼터에서 누군가 줄넘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매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정을 전후한 시간대에 귀가하면 항상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등굣길에 나서는 둘째 딸의 홀쭉해진 얼굴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달밤의 체조’를 한 당사자가 내 딸이라니….

그날 저녁 애 엄마에게 살짝 물었더니 학교 친구들한테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고 나서 줄넘기를 시작했는데,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간식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줄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때 게으르고 힘든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각인돼 있던 둘째 딸의 이미지가 줄넘기를 통해 확 바뀌었다. 가족들에게 ‘근성’을 키워주는 멘토로 부각됐다. 결국 세 남매와 애 엄마도 줄넘기에 동참했다. 나만 외톨이다. 올해는 줄넘기 멤버로 가입해 건강한 가족의 일원이 돼 볼까 싶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1-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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