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인연/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인연/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09-23 00:00
수정 201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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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가끔 들르는 집 근처 호프집이 있었다. 통닭을 곧잘 구워낸다. 50대 후반의 부부가 운영하던 가게인데, 두 주인장과는 제법 오랜 지인처럼 지냈다. 직장의 술자리가 겨울 때나, 입맛을 잃을 때면 즐겨 찾던 곳이다. 안주인은 20년간 통닭을 구워 왔다고…. 나에겐 남다른 집이건만 올여름 내내 들르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그곳에 전업 공사가 한창이다. “손님이 적어 장사를 접었나?” 아냐, 그런대로 손님은 있었지. “바깥주인 병이 악화돼 입원을 했을까?” 불길한 예감이 불현듯 자리를 잡는다. 단절의 허전함도 가슴을 뻥 뚫어 놓았다. 바깥주인은 다리와 팔의 마비 증세로 치료 중이다. 말은 어눌하지만 세상 사는 얘기만은 나와 구색이 맞았다. 매사 긍정적인 안주인도 보기 좋았다. 언제나 “운동을 하시라”며 살갑게 맞아 주었다.

출근길에 공사 중인 인부에게 물었다 “그분들 어디 갔어요?” 모른단다. “여긴 어떤 가게를 합니까?” 통닭전문점! 그 부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진즉 휴대전화 번호라도 적어 놨어야 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09-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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