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세월호 식사권/진경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세월호 식사권/진경호 논설위원

입력 2014-04-23 00:00
수정 2014-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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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둘째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대뜸 명함만 한 쪽지 하나를 내밀었다. 응? 뭐니? 두 시간째 TV 속 진도 앞바다에 박아 놨던 눈을 돌려받았다. ‘뷔페식사권-세월호.’

아이가 넉 달 전 친구 세 명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며 탔던 배가 세월호였던 것이다. “그래? 네가 탔던 배가 바로 저 세월호였어?”

신산한 밤을 넘기고는 소파 옆 탁자에 놔뒀던 식사권을 다시 집어들었다. 밤엔 미처 보지 못했던 아이 글씨가 여백에 적혀 있었다. ‘명복을 빕니다.’ 지난밤 말끝을 흐리던 아이가 생각났다. “배 내부가 복잡해요. 배가 뒤집혔으면 아마… 몰라.”

그랬다. 아이는 기도를 했던 것이다. 내게 세월호 식사권을 불쑥 내미는 자기 방식으로…. 배 안의 동생 또래들이 기적을 만들기엔 힘이 부칠 거란 생각에 명복을 빌면서도 그래도 한 번 기적을 만들어 보라고, 제발 좀 어른들이 어떻게든 해보라고, 아빠에게 세월호의 흔적을 건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주술로 기도한 것이다.

먹먹한 날들이다. 진도 앞바다는 어찌 저리도 울렁대기만 하는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14-04-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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