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밤 산책/황수정 논설위원

[길섶에서] 봄밤 산책/황수정 논설위원

황수정 기자
황수정 기자
입력 2015-05-29 00:12
수정 2015-05-29 00: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찾는 방편은 ‘지금, 여기’를 낯설게 보는 것. 어제도 오늘도 거기 머문 세상을 낯선 눈으로 돌아보는 것. 그 순간 삶은 풍요를 향해 깨알만큼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고, 선험자들은 지치지도 않고 웅변했다.

오늘, 내일 이틀간 서울 한복판 정동에서 한밤의 거리축제가 열린다. 낮의 윤곽에 익숙한 정동을 밤 늦게까지 구석구석 만끽하는 프로그램, ‘정동 야행(夜行)’이다. 덕수궁, 성공회 서울대성당, 시립미술관,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등 20개 기관들이 심야에 문을 활짝 연다. 담쟁이 돌 담장이 유쾌하지 않게 높기만 했던 미국 대사관저의 철문도 어렵사리 열린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 중구가 프로그램을 내놓기 앞서 관내의 역사문화공간들을 일일이 답사해 보라고 공무원들을 움직였다고 한다. 그 수고가 모처럼 기껍다.

느닷없이 폭염에 점령된 봄은 짧다.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김수영 ‘봄밤’)던 그 봄밤은 더 짧다. 당연의 세계와 물론의 삶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이틀은 감질난다. 밤 10시까지가 아니라 다음번에는 밤의 꼬리까지 완상하게 해 준다면 금상첨화겠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2015-05-29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