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버릇/임창용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버릇/임창용 논설위원

임창용 기자
임창용 기자
입력 2016-03-03 18:06
수정 2016-03-03 18:0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온라인뉴스 부서에 몇 년 근무한 뒤부터 못된 버릇이 하나 생겼다. 대화 중 디지털 콘텐츠 관련 화제가 나오면 자꾸 앞에 나서려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 한참 부족함을 알면서도 누군가 좀 어설프다 싶으면 부지불식간에 끼어든다. 그 파트에 갓 입문한 사람들과 있을 때 더 그렇다. 하지만 곧 후회한다. 혹여 자문을 하면 모를까, 먼저 나서는 것은 결국 아는 체하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나름 소신을 갖고 일하는 상대에 대한 예의에도 어긋난다.

‘내가 해 봐서 아는 데…’ 유의 어법은 실상 상대에겐 ‘공자 앞에서 문자 쓰니?’란 오만으로 비치기 쉽다. 얼마 전 ‘성완종 리스트’ 사건 재판에서 검사 출신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사들에게 “나도 수사를 잘 안다”며 호통을 쳤다는 소식을 듣고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논어 ‘팔일’(八佾) 편에 보면 공자가 태묘(太廟)에 들어가 참배 절차를 일일이 관리인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누군가 ‘예(禮)에 정통하다는 공자가 관리인보다도 못하다’고 조롱하자 공자는 “태묘에 들어왔으면 태묘 관리인에게 물어보는 게 예다”라고 답했다. 간혹 잘 알면서도 모른 체 묵묵히 들어 주는 이를 보면 존경심이 우러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2016-03-04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1 /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