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어떤 만남/임병선 논설위원

[길섶에서] 어떤 만남/임병선 논설위원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0-25 20:34
수정 2020-10-2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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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정도 됐다. 웬만하면 낮 2시 방송과 다음날 새벽 3시 재방을 모두 들으려 한다. 그의 음악 소개는 핵심을 찌르고 군더더기가 없다.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작품에 소개하고 일본의 클래식 애호가가 “이런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니” 경탄한 일도 널리 알려져 있다.

전곡(全曲) 방송이라 두 시간 동안 소개된 음악은 다섯 곡이 전부다. KBS 클래식FM의 ‘명연주 명음반’을 20년째 진행하는 정만섭(57)씨는 명함에 이름 석 자만 돋을새김하는, 그런 사람이다. 편성국 눈치 보지 않고 PD가 간여할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그저 자기 뜻대로, 원고도 없이 해낸다. 듣도 보도 못한 음원을 추천하고, 40년 전에 두 장을 사 뜯지 않은 LP를 처음 개봉해 애청자들을 감복시킨다. 애플리케이션에 미적 감각 뛰어난 앨범 사진들을 소개해 귀한 앨범 찾는 길라잡이로 쓰이게 한다.

이달 초 고깃집에서 소주 각 병을 비우며 얘기 나누고 밤늦게 그의 집에 쳐들어가 큰 볼륨으로 한 시간쯤 음악을 들었다. 인터뷰가 목적이었던지라 200자 원고로 18장쯤 쓰다가 작파했다. 인터뷰를 마다하는 그가 정녕 원할 때로 미루기로 했다. 이런 말 늘어놓을 자격 없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과 이 세상 사는 느낌이 닮은 걸 확인한 것만으로 충분했다.

bsnim@seoul.co.kr
2020-10-26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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