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구사일생한 화백이 직접 창작…”공포에 굴하지 않는 이미지”
프랑스의 풍자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가 파리 테러를 주제로 자극적인 만평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다.18일(현지시간) 발간될 예정인 최신호 표지를 장식하는 만평에는 몸에 총알 구멍 여러 개가 뚫린 남성이 샴페인을 들이키는 장면이 담겼다.
마시는 샴페인은 총알 구멍을 통해 그대로 분출돼 바닥으로 쏟아져 내린다.
샤를리 에브도는 “그 사람들이 총을 갖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샴페인이 있다”는 설명을 만평에 새겨넣었다.
만평에 새겨진 서명으로 미뤄 작가는 ‘코코’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코린느 레이인 것으로 추정된다.
레이는 올해 2월 파리 중심가에 있는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총기를 난사해 17명을 살해할 때 현장에 있다가 살아남았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레이를 포함한 당시 테러의 생존자들은 공포에 굴복하지 않는 이미지를 이번 만평에 담으려 했다.
샤를리 에브도 편집장인 리스는 “2015년 파리 시민은 굴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1940년 영국 시민과 같은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은 1940년 독일 나치 폭격기들의 지속적인 무차별적 폭격으로 수만명이 숨지는 생지옥으로 바뀌었으나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버텨 나치의 계획을 좌절시켰다.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이 ‘태연한 저항’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파리 테러로 희생된 유족들의 설움을 자극한다는 점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메일은 “학살된 이들의 가족이 만평을 보고 웃을 일은 없겠지만 만평 작가들이 테러를 직접 목격하는 게 어떤 것인지 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고 보도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풍자와 명예훼손의 경계를 넘나드는 만평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올해 초 사무실 테러도 이슬람 선지자 모하마드를 모독하는 만평을 계속 그리는 데 격분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카에다의 예멘 지부가 저지른 보복이었다.
파리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샤를리 에브도의 도발적인 만평을 언급하며 테러의 원인을 거론하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지난 13일 발생한) 이번 테러에는 모두가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며 “샤를리 에브도 테러에는 특정한 초점, 정당성, 아니 정당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사람들(극단주의자들)이 진짜 화났다고 할 수 있는 이유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이번 파리 테러가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적인 폭력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려던 것이었지만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테러로 희생된 이들을 헐뜯는 말로 비칠 수 있어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의 보수성향 주간지 위클리스탠다드는 ‘존 케리가 샤를리 에브도 학살을 정당화했다’는 제목의 기사로 케리 장관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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