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르한 중국 화교대학 교수 인터뷰 정리
‘트럼프 2기’ 바라보는 주류 전문가 시각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26/SSC_20250126173310_O2.jpg.webp)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26/SSC_20250126173310_O2.jpg.webp)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를 시작하면서 미중 관계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은 한국의 최우선 동맹국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고 경제 파트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충돌은 당연히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중국외문국에서 발간하는 한국어 매체 ‘월간 중국’은 최근 푸젠성 소재 화교대학 황르한 국제관계학원 교수와 인터뷰해 향후 미중 관계 추이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진단했다. ‘트럼프 집권 2기’를 바라보는 중국 주류 학자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 이를 요약 정리했다.
Q.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부터 공식적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중미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는가?
A.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때도 여전히 본인 위주로 행동할 것이다. 그가 새 국무장관으로 기용한 마코 루비오 같은 인물은 대표적인 대(對) 중국 매파 성향이다. (이번 행정부가 반중 기조를 내세울 것임을 엿볼 수 있다는 의미)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주변 인물의 의견이나 행정부의 기조를 따르지 않고) 본인의 판단에 따를 것이다. 따라서 트럼프 개인을 연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에 내놓은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인이 되면 가치관과 인생관, 세계관이 잘 바뀌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에서 트럼프는 비즈니스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상세히 소개했다. 앞으로 그가 내놓을 정책도 이 책에 담긴 내용과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취임 초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중동 문제 등 국제적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이다.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중국 관련 문제들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중미 관계는 트럼프 1기(2017~2021) 때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던지는 다양한 도전에 대응하고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해 과거의 정책을 일정 부분 이어갈 것이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정부 당국과 민간 차원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포함된다. 대화는 대항보다 낫다. 교류를 확대해야 양국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오해와 오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군사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 해야만 양측 간 전쟁 위협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중미 교류는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중요한 점은 미국 측이 ‘중국과 협력해야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협력하지 않으면 전 세계가 직면한 도전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협력하면 양측 모두에 이익이지만 다투면 양측 모두 손해다. 미국이 대항을 선택하면 중국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두 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Q.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한국과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A. 미국은 두 가지로 세계를 통치한다. 바로 미국이 가진 강력한 (경제·군사적) 실력과 동맹 관계다. 그러나 트럼프는 반체제파(anti-establishment) 대통령이다. 그는 첫 번째 임기에서 동맹인 유럽과 일본, 한국과 거리를 뒀다. 이런 정책은 집권 2기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시한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제일 강조하는 것은 미국인의 이익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 역할에 집중하려 하지 ‘세계의 대통령’을 자처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할 것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전통적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미국의 여느 대통령들과 다르다. 한국의 외교 정책도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경제적 효과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제 전략에 우선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한반도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첫 임기 때도 북한을 매우 중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여러 차례 회담을 갖고 판문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두 번째 임기에도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자연스레 한반도 정세에 전환점이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황르한 중국 화교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푸저우완바오 캡처](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26/SSC_20250126173312_O2.jpg.webp)
![황르한 중국 화교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푸저우완바오 캡처](https://img.seoul.co.kr//img/upload/2025/01/26/SSC_20250126173312_O2.jpg.webp)
황르한 중국 화교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푸저우완바오 캡처
Q. 중미 마찰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양국 갈등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A.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두 나라 간 승패가 갈릴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누가 집권해도 대중국 정책은 바꾸지 않을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바이든 행정부의 여러 대중 압박 정책을 이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우주항공 기술 등 (미국이 견제하는) 분야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거뒀다. 반도체 제조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아직 첨단 수준과 격차가 있지만 내가 접촉한 관련 분야 과학자들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었다.
Q. 트럼프의 취임은 중한 관계에 어떤 영향을미칠까? 양국 관계의 발전 공간은 무엇이 있는가?
A.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한미 동맹의 기초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중한 우호 분위기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 젊은이들은 ‘순풍 산부인과’에서 ‘별에서 온 그대’까지 수많은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됐다. 나 역시 한국 여행을 자주 했고 많은 중국인이 한국 여행을 희망했다. 양국 관계가 좋았던 시절 서울 명동의 한 삼계탕 매장은 (중국인) 손님들로 늘 북적였다. 그러나 중한 관계가 소원해지자 이 매장은 매우 한산해졌다. 두 나라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중국과 한국 사이는 중대한 직접적 이익 충돌이나 갈등은 적고 오히려 발굴할 만한 공통점이 많다. 예를 들어 2024년 말 중국은 한국에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했고 이로 인해 장자제와 상하이 등에 많은 한국인이 방문했다.
관광 교류 외에도 양국은 교육과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여지가 많다. 어찌 됐든 두 나라 관계는 미국의 정책 변화에 영향받아서는 안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중한 관계는 굴곡을 겪었지만 앞으로는 한층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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