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적 강제 이동, 범죄로 간주
‘폐허’ 표현도 전쟁범죄 재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입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환영하고 있다. 2025.2.4 로이터 연합뉴스
중동의 평화를 위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킨 다음 휴양지를 건설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국제법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팔레스타인 주민 220만명을 이주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은 1949년 제네바 협약과 1998년 로마 협약에 저촉된다고 보도했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 때 민간인과 군인의 처우를 규정한 대표적인 ‘전쟁법’이다. 로마 협약은 전쟁범죄,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 제노사이드(소수집단 말살)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설립 토대가 된 조약이다. 두 협약은 임의적이고 영구적인 강제 이주를 범죄로 간주하고 있다.
세라 싱어 런던대 난민법 교수는 “군사적 필요성이나 생명 보호를 위해 긴요한 경우에만 민간인을 일시적으로 이주시킬 수 있는 단서가 있긴 하지만 점령지 외부로의 이주는 안 되며 가능한 한 최단 시간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국제법 전문가 마리아 버래키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해 “(인류 사회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달성한 모든 것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를 ‘폐허’로 묘사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마틴 렘버그 페더슨 워릭대 교수는 “트럼프는 가자지구를 폐허라고 표현하면서 이곳에 돌아가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라고 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민간 기반 시설이 사람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25-02-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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