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 대만 덮친 북극한파… 5도에도 난방 없어 하루 78명 사망

‘아열대’ 대만 덮친 북극한파… 5도에도 난방 없어 하루 78명 사망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5-02-10 18:08
수정 2025-02-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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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온증 속출, 한 달 1345명 숨져

겨울에도 평균기온 영상 15도
추위 대비한 난방시설 안 갖춰
습도도 높아 체감온도는 낮아

온난화로 북극 대기 균형 깨져
최근 10년 만에 ‘가장 추운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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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기후인 대만에 한파가 닥쳐 지난 7일 위산에 3㎝ 이상의 눈이 쌓인 가운데 한 행인이 산길을 걷고 있다. 한겨울 평균기온이 영상 15도 정도인 대만에서는 북극 한파로 인해 기온이 6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심혈관계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위산국립공원 페이스북 캡처
아열대기후인 대만에 한파가 닥쳐 지난 7일 위산에 3㎝ 이상의 눈이 쌓인 가운데 한 행인이 산길을 걷고 있다. 한겨울 평균기온이 영상 15도 정도인 대만에서는 북극 한파로 인해 기온이 6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심혈관계 질환자가 속출하는 등 이상기후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위산국립공원 페이스북 캡처


겨울철 평균기온이 섭씨 15도인 대만에서 ‘북극발 한파’로 기온이 5~6도로 떨어지자 하루 만에 78명이 숨졌다. 아열대기후 지역이다 보니 주택에 난방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생겨난 현상이다.

10일 대만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오후 9시까지 대만 전역에 불어닥친 한파로 북부 타이베이 11명, 남부 타이난 9명 등 모두 78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상당수는 병원 밖 심정지(OHCA) 상태로 후송됐으며 이들의 나이는 54~89세로 파악됐다.

대만 중앙기상서(기상청)는 “8일 (최북단 지역 가운데 하나인) 마추가 5.4도로 떨어지는 등 다수 지역에서 기온이 6도 이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대만 당국은 이날까지 저온 특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대만 언론도 소방당국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9~31일 853명, 올해 1월 1~11일 492명 등 한 달 사이 1345명이 한파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8일에 78명이 숨진 것을 두고도 “한파로 인한 하루 사망자 수로 역대 최다”라고 덧붙였다.

대만은 한겨울에도 영상 10도 이상을 유지하는 아열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수도 타이베이만 해도 1월 평균기온이 16도에 달한다. 그래서 한파에 대비한 난방 기구를 갖춰 놓은 가정이 많지 않다.

여기에 대만은 겨울철 습도도 높아 실제 체감온도가 꽤 낮은 편이다. 실제로 한국인이 겨울에 대만을 방문하면 날씨 정보에 나오는 온도보다 훨씬 춥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처럼 기온이 갑자기 5~8도 정도로 떨어지면 예외 없이 저체온증 사망자가 속출한다. 2018년 1월에는 8도까지 떨어지는 추위가 5일간 이어져 134명이 목숨을 잃었고 2022년 1월에도 6도로 낮아지자 이틀 동안 126명이 사망했다. 이들 대부분은 저온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악화로 숨을 거뒀다.

올해 대만은 최저기온이 5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지역이 속출하는 등 최근 10년래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북극의 대기 흐름 균형이 깨지면서 수시로 한파가 동북아시아 지역까지 내려온 탓이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할수록 북극발 한파도 빈번해질 전망이어서 대만의 저체온증 사망자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만 의료 전문가들은 돌연사 가운데 70% 정도가 (기온이 낮은) 겨울철 오전 시간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각 가정에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심혈관 전문의는 “실내 온도 조절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이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껴 전열기 사용을 꺼린다. 이 때문에 새벽에 심근경색증 등으로 병원에 응급 후송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025-02-1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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