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참의원 선거 앞두고 ‘표 잠식할’ 개헌 쟁점화 피하려는 듯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자민당 총재)가 개헌 문제에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전 법무상을 자민당의 신임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 기용함에 따라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을 쟁점화하지 않으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자민당은 지난 23일 총무회에서 사실상 경질 형태로 물러나게 된 후나다 하지메(船田元) 개헌추진본부장의 후임으로 모리 전 법무상을 선임하는 인사안을 승인했다고 일본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후나다는 지난 6월 중의원 헌법심사회에 자신이 자민당 추천 참고인으로 데려온 하세베 야스오(長谷部恭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가 집단 자위권 법안(안보 법안)이 위헌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안보법안 반대 운동에 불을 붙였던 일 때문에 문책성 경질을 당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의 후임으로는 전쟁포기 조문인 헌법 9조 개정을 강하게 주장해온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전 국가공안위원장 등이 거론됐지만 모리로 결정됐다. 모리는 법무상 경험이 있지만 사회보장, 노동문제 전문가로, 헌법 논의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예상을 깬 이번 인사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때까지 국론을 양분할 개헌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 신문 등은 분석했다.
후루야 등 개헌에 대해 아베 총리와 생각을 공유하는 인사를 기용했다면 아베 총리가 헌법 9조 개정을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색무취한 인사를 개헌 책임자로 기용한 것은 참의원 선거 때까지 개헌 논쟁을 가급적 피하고, 경제 중심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중에 따른 포석으로 읽힌다.
헌법 9조 무력화 논란을 몰고 온 집단 자위권 법제화를 놓고 올 들어 일본 내부에 심각한 국론 분열이 있었다. 그런 만큼 헌법 9조 개정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개헌을 선거 쟁점화하는 것이 득표 전략에 불리하다는 게 아베 총리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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