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자위대 아빠는 헌법 위배” 거짓말?…진위 놓고 낯뜨거운 설전

日아베 “자위대 아빠는 헌법 위배” 거짓말?…진위 놓고 낯뜨거운 설전

김태균 기자
입력 2019-02-14 15:56
업데이트 2019-02-14 16:4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국회에서 야당 의원과 ‘핏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후지TV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후지TV 캡처
“시모노세키에서 하신 강연을 통해 한 자위대원이 아들에게 ‘아버지는 헌법 위반이야’라고 말하자 그의 아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총리께서 말씀하셨는데, 이게 실화입니까.”

지난 13일 오후 일본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혼다 히라나오 의원이 아베 신조 총리를 이렇게 다그쳤다.

“실화입니다. 방위성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아베 총리)

“저의 체감과는 다르군요.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자위대 주둔지 옆에서 자라면서 많은 자위대원의 아들들과 같이 있었지만, 이런 얘기가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혼다 의원)

그러자 아베 총리가 발끈했다. “혼다 의원은 내가 말한 게 거짓말이라는거죠? 아주 무례한 말씀이군요.”

아베 총리는 말끝에 더 화가 났다. “당신,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내 말이 맞으면 어쩔 겁니까, 이거.”

혼다 의원도 지지 않았다. “그 말을 언제 어디서 들었냐고 묻고 있는 거예요. 예시로 한 말인지 실화인지를 물었을 뿐이잖아요.”

아베 총리는 대책없다는 듯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응수했다. “이런 말을 내가 거짓으로 할 리가 없잖아요.”

이를 지켜보던 예산위원장이 “총리는 (혼다 의원의) 야유에 답하지 않도록 하세요”라고 하면서 이날 낯뜨거운 진위 공방은 끝이 났다. 아베 총리가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위대 관련 발언의 진위가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혼다 히라나오 입헌민주당 의원이 13일 일본 국회 중의원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다그치고 있다. 후지TV 캡처
혼다 히라나오 입헌민주당 의원이 13일 일본 국회 중의원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다그치고 있다.
후지TV 캡처
아베 총리는 지난 10일 자민당 당대회 총재 연설에서는 자위대 모집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가 심각하다고 언급했다. “신규 자위대원 모집에 전국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의 60% 이상이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요청이 있으면 자위대원들은 즉시 달려가 목숨을 걸고 대응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여러분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겠습니까. 헌법에 확실히 자위대를 명기해서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이 말을 두고 야당과 언론은 ‘거짓말’이라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아베 총리가 개헌을 위해 ‘자위대의 어려운 현실’을 과도하게 부풀리는 조작을 했다는 비판이다.

아사히신문은 13일 아베 총리가 말한 것과 달리 전국 시·정·촌(기초자치단체)의 90%가량이 자위대 모집에 협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위대원의 모집 실무는 일본 전국 50개 자위대 지방협력본부에서 담당한다. 모집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기 위해 방위성은 시·정·촌에 대상자 명부를 종이 또는 전자매체로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2017년의 경우 전국 1741개 지역 중 36%인 632개 지자체가 종이나 전자매체로 제출했다. 방위성은 이를 근거로 60% 이상이 협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전체의 53%에 해당하는 931개 지자체는 주민기본대장 열람이나 대장 필사 등을 허용하고 있다. 결국 종이·전자매체로 명부를 제출하는 지자체와 합하면 90% 정도가 협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위대법에 이미 자치단체 협력에 대한 근거가 마련돼 있어 자위대 모집 관련 부분을 ‘위헌’ 논쟁에 갖다붙이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많이 본 뉴스
핵무장 논쟁,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에서 ‘독자 핵무장’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에 대응하기 위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평화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대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독자 핵무장 찬성
독자 핵무장 반대
사회적 논의 필요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