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살해” 이란 장군 2주기… 미국 향한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가 살해” 이란 장군 2주기… 미국 향한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1-04 15:26
수정 2022-01-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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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각지 미군·美우방국 노린 공격 잇따라
미군 기지 공격 드론엔 ‘솔레이마니의 복수’
후티 반군, 홍해서 아랍에미리트 선박 나포
이스라엘 매체 홈페이지 해킹…경고 메시지도
추모식엔 수만명 인파 운집… 최고위층 집합
이란 대통령 “트럼프, 재판 안 받으면 보복”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인 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학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솔레이마니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인 3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학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솔레이마니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베이루트 AFP 연합뉴스
이란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망 2주기를 맞은 3일(현지시간) 중동 지역 곳곳에서 미군과 미국 우방국을 향한 공격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살해당한 솔레이마니의 원혼이 여전히 이란의 국민들과 동맹 군벌 세력 주위를 맴도는 듯한 형국이다.

AP·로이터통신 및 현지 매체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군 기지로 접근하던 무장 무인기(드론) 2대가 기지의 방어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파괴된 드론의 날개에는 ‘솔레이마니의 복수’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번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과거 유사한 사례들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단체들이 책임을 주장한 바 있다.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미군 주둔 이라크군 기지에서 격추된 무장 무인기(드론). A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미군 주둔 이라크군 기지에서 격추된 무장 무인기(드론). AP 연합뉴스
이라크 주둔 미군과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PMF)간 교전이 한창이던 2년여 전 ‘그린존’(안전지대)에까지 로켓포 공격이 가해지고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적군 수장이던 솔레이마니 제거를 지시했다. 몇 달 뒤 솔레이마니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PMF 부사령관 등 10여명이 바그다드 공항 인근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도중 드론 공격을 받아 폭사했다.

이날 홍해에서는 미국의 중동 우방국 아랍에미리트(UAE) 선박이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자칭 안사룰라) 반군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위성뉴스 채널 알마시라를 통해 UAE 국적 화물선 르와비호를 나포했다고 밝혔다. 반군은 “이 배는 군사 장비가 실려 있었으며, 허가 없이 예멘 해역에 진입해 적대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멘 내전에서 아랍 연합군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의료 장비를 싣고 있었다”며 해적 행위를 비난했다.

3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나포된 아랍에미리트(UAE) 선박 르와비호. EPA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나포된 아랍에미리트(UAE) 선박 르와비호. EPA 연합뉴스
미국의 핵심 우방국 이스라엘의 영자지 예루살렘포스트는 웹사이트를 해킹당했다. 솔레이마니의 반지로 추정되는 것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이스라엘 핵 시설로 떨어지는 그림이 홈페이지를 대체했다. 그림에는 “우리는 너희가 생각지도 못하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내용의 히브리어와 영어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예루살렘포스트의 자매지 마리브의 트위터에도 같은 이미지가 게시됐다가 사라졌다. 또 마리브 트위터에는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의 이미지도 리트윗 형식으로 게시됐다. 이번 해킹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인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무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추모식에 수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신화 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인 3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무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추모식에 수만명의 시민들이 운집했다. 신화 연합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의 무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솔레이마니 2주기 추모식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7만명까지 수용 가능한 예배당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예배당 밖 TV로 중계를 지켜봤다.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이란 국기를 흔들며 “미국 타도”, “이스라엘에 죽음을” 등 구호를 연신 외쳤다. 추모식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 등 이란의 최고위급 인사가 모두 참석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받지 않는다면, 무슬림들은 우리의 순교자를 위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슬람) 보복법에 따라 재판을 받고 심판받아야 하며, 그에 대한 하나님의 판결이 실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피해자 가족이 ‘블러드 머니’(유족에게 주는 위자료) 받고 화해를 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한 유죄 판결을 받은 살인범은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무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무살라 모스크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사망 2주기 추모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솔레이마니의 딸 제이납 솔레이마니는 연단에 올라 “적들(미국)은 가짜 뉴스와 음모로 아버지의 명예를 웨손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오히려 그를 더욱 위대하고 사랑받는 인물로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손이 피로 물든 적들에게 가혹한 복수를 행할 그날까지 차근차근 다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란 사법부는 미국 국적자 74명을 포함해 이 사건 용의자를 127명을 특정한 뒤 9개 국가의 당국에 전달했다”며 “범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목록의 맨 위에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국과 이스라엘에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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