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아픔 어찌 다 헤아릴까…종교가 제 역할해야”
“기도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데…. 기도를 올릴 때면 내 마음이 관세음보살이 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던 거죠. 그래서 죄송하죠.”지난 8∼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인양을 기원하는 72시간 철야 기도를 올린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도철 스님은 “정성이 부족해 미안하다”며 자신을 탓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에 도철 스님을 비롯한 사회노동위 스님들은 3박 4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관세음보살의 명호(名號)를 쉬지 않고 염송(念誦)하고 108배를 반복했다.
또 세월호 발원문에 맞춰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애타게 부르며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기원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에서 만난 도철 스님은 “종교인으로서 기도하는데 늘 기도가 부족한 것 같다”고 미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거리를 법당 삼아 세월호 인양과 진상규명을 위해 누구 못지않게 지극한 정성을 기울인 도철 스님이다.
72시간 릴레이 기도를 마친 도철 스님은 지난 20∼21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온전한 인양을 위한 기도회를 봉행했다. 앞서 도철 스님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뜨거운 감자’가 된 지난 2014년 여름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2일간 단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단식 이야기를 꺼내자 “단식을 하는데 결심이고 뭐고 거창할 게 있냐”며 말을 잘랐다.
“누구에게나 자기 역할이 있는 것처럼 그냥 제가 할 일이었어요. 지나고 나니 좀 부풀려진 일이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는 되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저 같은 종교인이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저희야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없잖아요. 자식을 잃은 아픔과 슬픔을 어떻게 속속들이 알겠습니까?”
그러면서 도철 스님은 “아마도 애를 낳아보고 길러본 분들이라면 세월호 가족의 고통을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분이 세월호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원인으로 ‘맹목적 이윤’을 꼽았다.
물질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성과 생명성에 눈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철 스님은 “(한국사회가) 돈만 좇아가는 사회가 됐다”며 “이윤이 최고의 잣대가 되니 이런 사건·사고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질적 부만을 갖고 삶의 수준을 평가하지 말고 문화나 가치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재력만을 능력으로 간주하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인들의 책임도 무겁다고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며칠 전 법주사엘 다녀왔는데 법주사 재무 스님이 그러시더군요. ‘종교가 제 역할을 했으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됐을까’라고요.”
그는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된 것은 단순히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다”라며 “종교인들부터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비의 종교’로서의 불교를 강조했다.
도철 스님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게 차별 없이 다가서는 게 부처님의 정신이고 불교의 정신”이라며 “중생이 아픈데 어떻게 부처가 아프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종교인이라면 세상의 구조적 모순을 보고 고통을 덜도록 바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그게 수행자의 자세이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의 설립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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