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가 박멸됐다고?…미국은 지금 ‘빈대와의 전쟁’ 한창

빈대가 박멸됐다고?…미국은 지금 ‘빈대와의 전쟁’ 한창

입력 2016-12-12 11:05
수정 2016-12-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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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

고대 그리스인들은 열이 날 때 이것을 고기와 콩과 함께 섭취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것을 태운 재와 장미유를 섞어 귓병 치료에 썼다. 고대 중국인들은 이것을 으깨어 피부 상처를 치료하는 연고로 만들었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빈대다. 빈대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반려 곤충’이었다.

빈대는 수만년에서 수십만년 전 현재 중동 지역인 지중해 해안 지방 동굴에서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박쥐에 기생했으나 안전한 은신처를 찾아 동굴로 들어온 인류의 조상에게 옮겨갔다. 빈대와 인류간 본격적인 동거의 시작인 셈이다.

이후 원시 인류들이 세계 곳곳으로 이동함에 따라 빈대도 덩달아 세계 각지로 퍼지게 됐다.

이런 빈대의 역사와 인류 문명과의 관계를 알고 싶다면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를 보면 된다.

과학전문 기자인 저자가 빈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04년 그 자신이 빈대에 물리면서다.

오른쪽 다리에 오톨도톨한 돌기가 돋았는데 그 원인을 모르다가 피부 전문 병리학자인 저자의 아버지를 통해 빈대에 물린 증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저자는 빈대가 ‘상상의 괴물’이 아닌 실제 곤충이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만큼 빈대는 최근 60년간 종적이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1940∼1950년대 광범위하게 살포된 살충제 DDT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빈대에 물렸던 2000년대 미국에서는 빈대가 ‘컴백’했다. 살충제에 내성을 띤 돌연변이 종이 생겨났고, 어떤 빈대는 살충제를 분해하는 효소를 갖추고 살충제가 신경계로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외골격이 더욱 두꺼워지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빈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에 사는 독자들에겐 낯선 풍경이겠지만 2010년에 미국은 ‘빈대와의 전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저자는 빈대에 물린 경험을 단순히 재수 없는 일로 치부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빈대에 대한 탐구에 들어가기로 한다.

저자는 곤충학자 로버트 레슬리 유싱어가 1966년에 출간한 ‘빈대과 곤충에 관하여’를 길라잡이 삼아 연구를 이어간다. 유싱어는 20년간 전 세계 5대륙을 누비며 빈대만 6만1천919점이나 수집한 ‘빈대광’이었다.

저자 자신도 유싱어만큼이나 빈대 연구에 열성을 다했다. 영국, 동유럽, 독일 등을 다니며 관계자들과 인터뷰하고 곤충학회 회의나 빈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산업계 인사들과 두루 만났다.

버클리 캠퍼스의 에식 곤충박물관과 밴크로프트 도서관을 비롯해 박물관, 도서관, 연구소 등에서 자료 조사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빈대의 기원과 습성, 진화 과정뿐 아니라 빈대가 인류와 함께하면서 미술, 문학, 음악 등에 미친 영향, 이 해충에 대한 인류의 박멸 시도, 최근 빈대의 부활과 관련 방역사업의 활황, 빈대 연구자들의 괴기스러운 행동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저자가 수년간 빈대 연구를 진행해 내린 결론은 이렇다.

“빈대 탐험으로 내가 깨달은 한 가지 진실은 빈대가 그 누구도 아닌 우리의 빈대라는 것이다. 인류 전체가 빈대의 존재에 일조했다. 애초에 빈대를 동굴에서 주택으로 이사시킨 것도 인간이었고, 전 세계로 퍼뜨린 것도 우리 인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합성 살충제를 사용함으로써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새로운 빈대종을 탄생시켰다. 요컨대 우리는 빈대를 싫어하고 혐오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빈대를 창조한 것 또한 우리 인간이었다.”

김정혜 옮김. 위즈덤하우스. 408쪽. 1만8천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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