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마린보이와 함께 신비한 바다탐험
장마에 이어 예상치 않은 폭우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요즘의 날씨는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참 어렵게 한다. 해외로 나갈 계획이 없거나 국내 피서지도 마땅치 않다면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바다를 대리체험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도 방법의 하나다. 대형수족관이다. ‘바닷속으로 들어가 거북이 등을 타고 놀며 돌고래와 장난을 친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었을 마린보이와 인어공주다. 이런 상상 속의 모습을 대형 수족관을 무대로 펼쳐보이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아쿠아리스트’라 부른다. 대형 수족관에서 수중·해양 동식물을 기르고 돌보며 관리하는 직업이다. 한여름을 맞아 도심 속 수중세계에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는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다.바닷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거대한 수족관에서 화려한 정어리의 군무와 함께 아쿠아리스트 다이버들이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고 있다. (코엑스아쿠아리움)
정세진 아쿠아리스트가 바다표범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63씨월드)
한 아쿠아리스트가 수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코엑스아쿠아리움)
여름방학을 맞아 아쿠아리스트 다이버들이 어린이들에게 수중동물에 대한 지식을 교육하고수조에 들어가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서울 여의도 63씨월드. 우리나라에 아쿠아리스트라는 직업을 처음 도입한 수족관이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형형색색의 물고기, 거북이, 수달, 상어와 같은 수중생물을 보면서 부모들과 사진도 찍고 웃고 떠들고 있다. “1년 중에 지금이 제일 바빠요.” 아쿠아리스트 경력 6년의 김경문씨의 일과는 오전 8시에 시작된다. 개장(오전 10시) 전에 수조 청소와 여과장치의 점검을 끝내야 한다. 그가 관리하는 동물은 바다표범. 관람객을 위한 쇼는 하루에 네 번. “녀석과 친해지기까지가 힘들었어요.” 실습생 시절의 그를 만만히 보며 말썽을 부리던 바다표범들도 이제는 꾀를 피우지 않고 잘 따른다고 한다.
수중동물인 매너티 수조 앞에서 꼬마들이 아쿠아리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코엑스아쿠아리움)
수족관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수중발레를 선보인 아쿠아디스코걸스가 수조를 나오고 있다. (63씨월드)
화려한 수족관에서 물고기와 함께 아쿠아리스트 다이버들이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고 있다. (63씨월드)
화려한 수족관에서 물고기와 함께 아쿠아리스트 다이버가 다양한 장기를 선보이고 있다. (63씨월드)
사람들은 하루 종일 물속에서 시원하게 즐기는 직업으로 착각하지만 수중에 들어가면 친하던 동물들도 야생성을 드러낼 때가 있기 때문에 긴장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 수중동물들의 식사준비는 아쿠아리스트들의 일과 중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업무이다. 동물의 종류, 습성에 따라 껍질을 까주거나 잘게 다져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마리라도 탈이 나면 큰일이다. 정근태 아쿠아리스트는 “물속에서는 병이 퍼지는 속도가 빨라서 집단 폐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관리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족관 중 유일하게 직접 만든 인공 바닷물을 공급하는 코엑스아쿠아리움. 바닷속 풍경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거대한 수족관에서 바다거북을 비롯해 온갖 물고기들과 하나가 돼 어울리는 다이버들이 관객들을 시원한 수중의 세계로 안내한다. 2만 마리의 정어리 군무(群舞)는 아쿠아리움의 자랑거리다. “체력이 굉장히 좋아야 돼요. 아니면 물에 하루 5,6번이나 들어가지 못해요.” 다이버 경력 4년의 김대승 아쿠아리스트는 “잦은 잠수에 피부도 말썽이고 옷에 밴 비린내도 반갑지 않지만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을 보면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며 미소짓는다.
수족관 식구들 중 사람을 가장 잘 따르는 펭귄이 김경문 조련사가 건네주는 먹이를 먹고 있다. (63씨월드)
아픈 바다거북을 수조에서 분리하여 별도로 관리 하고 있다. (63씨월드)
개장 두시간 전 부터 수조의 청소와 각종 여과장치들을 미리 점검해야 하는 아쿠아리스트들.(코엑스아쿠아리움)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1-08-03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