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관계자 “코소보 독립 관련 유엔입장에 불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한때 반 총장의 연임에 거부권을 행사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19일(현지시각) 유엔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반 총장이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한다고 생각해 그의 연임에 반대하려 했으며 심지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사무총장 추천권 및 거부권을 갖는다.
코소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르비아에 편입됐으나 전체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는 지난 2008년 2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지 아래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인 독립을 선언했었다.
이후 안보리 내부에서 코소보 관할권에 대한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반 총장은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반대에도 유엔의 코소보 권할권을 EU 민간임무단에 이양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유엔 관계자들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러시아가 반 총장의 이같은 결정이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불만을 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 총장이 이후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유엔군이 계속 관할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해 러시아와 세르비아의 불만이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엔 러시아 대표부는 러시아가 한때 반 총장의 연임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반 총장이 지난 6일 공식적으로 연임 출사표를 던진 이후 러시아는 지난 16일에서야 상임이사국 중 마지막으로 지지 대열에 합류했다.
안보리는 17일 반 총장의 연임 추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반 총장의 재선 승인은 확정적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21일 열리는 총회에서 반 총장의 재선이 승인되면 그의 1기 5년 임기는 오는 12월 31일로 만료되며 내년 1월 1일부터 2기 반기문 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유엔 관계자들은 반 총장이 안보리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재선에 성공하게 된 것은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의 든든한 친구인 동시에 중국을 만족시켰고 러시아를 달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반 총장은 일부 개발도상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유엔 관계자들은 이는 반 총장이 민주주의, 자유, 인권 등 서방 국가들의 정치적 이념과 공통되는 세계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반 총장이 국제 문제에서 자주 저자세를 취한다는 일각의 비난에 대해 어느 유엔 고위 관계자는 “그는 특정 회원국과 관계를 악화시키기에는 너무 외교적이고 실리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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