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패배주의 역사교육 안 돼” 文대표 “거대한 절벽 같은 암담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이종걸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났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만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서 비롯된 정국 대치가 해소될지 관심을 끌었지만 회동이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남은 19대 정기국회는 험로가 예고됐다.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7개월 만에 만났지만 ‘빈손’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와 본격 대화를 갖기 전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박 대통령.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오후 3시부터 1시간 48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미국 순방 성과를 자세히 설명한 뒤 노동 개혁 입법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및 경제활성화 법안 등 민생법안,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 등을 당부했다고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전했다.
전체 회동 시간의 3분의1가량인 30분여 동안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격론이 이어졌다. 예상대로 정부·여당과 야당은 평행선을 달렸다. 박 대통령은 “(현행 검정교과서가) 우리 현대사를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 못난 역사로 가르치는데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서 되겠나. 이걸 바로잡자는 순수한 뜻”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국정교과서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야는 현행 교과서에 김일성 주체사상 관련 내용이 게재된 실례를 들어 가며 논쟁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표가 친일과 독재 미화를 (국정 교과서를 통해) 시도한다고 하는데 집필진도, 교과서도 아직 안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반면 문 대표는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 인식은 상식과 동떨어져서 거대한 절벽을 마주한 것 같은 암담함을 느꼈다. 한마디로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공식 회동은 지난 3월 3자 회동 이후 7개월 만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15-10-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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