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35회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씨. 2018.10.21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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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35회에 출연한 정씨는 지난 6월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을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봐 달라는 입장을 나타냈다가 비난 세례를 받은 일을 떠올렸다.
지난 2014년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위촉된 정씨는 난민 인권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난민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던 일부 세력은 당시 정씨를 향해 “좋은 동네에서 CCTV 갖춘 집에 살면서 난민을 받아들이자고 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식의 댓글을 정씨의 SNS에 달았다.
그런 공격이 상처가 되지 않았느냐는 김어준씨의 질문에 정씨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반평생 안 좋은 동네에서 살다가 이제 좀 좋은 동네 살면 안 돼요? 내가 자수성가한 사람인데…”라고 말했다. “가방 끈이 짧다”는 인신공격성 댓글에도 정씨는 “맞는 말”이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정씨는 “다만 제가 걱정된 것은 난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시민들이었다”며 “그들이 가짜 정보를 진실로 믿는다면 그 생각을 되돌리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들을 되돌릴 방법과 시간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악성 댓글에 특정 작전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품었다고 정씨는 말했다. 그는 “김어준씨에게도 문자로 물어봤는데, 자기 생각을 댓글로 표현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 패턴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댓글) 조작 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들만 밝혀내면 되니까. 하지만 일반 대중의 생각(난민 혐오)은 어떻게 돌려야 할 지 걱정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정씨는 난민 논란에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싸움에 끼기 싫어하는 사람들, 험한 욕설이 싫어서 무관심해지려는 분들이 있다”며 댓글 조작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정씨는 난민 관련 악플을 모두 꼼꼼히 읽어본다고 했다. 그는 “개인 배우 활동에 대한 댓글은 보지 않는다. 칭찬도 욕도 내 것이 아니라는 나만의 원칙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난민 관련 댓글을 다 봐야 한다. 욕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것이 배우 활동에 제약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살면서 모든 것을 얻었는데 잃을 게 뭐가 있겠나”라며 “정당한 행동을 해서 손해를 조금 보면 어떤가. 그까짓거 버리면 된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씨는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를 소개했다. 그는 “꼬마 아이가 저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 대사가 있다. 대한민국 여러 곳에 이 질문을 걸어두고 늘 스스로에게 하게끔 하면 좋겠다. 국회에도 걸어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인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으면서 김어준씨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당시 정씨는 소속사의 반대에도 아무 조건 없이 내레이션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데 선배로서 행동은 바르게 해야겠구나 생각이 점점 커진다”며 “연예인 이전에 국민이고 국민이 정치권에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는 충분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어준씨에 대해 정씨는 “고기를 많이 사주고 싶은 사람”이라며 “공장장, 총수라고들 하시지만 저는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싶어 형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김씨도 “정우성이라는 사람에 대해 껍데기 말고 알맹이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배우들의) 롤모델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