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한달] “우한 고립 국민을 데려와라”…외교당국 ‘전세기 투입’ 작전

[코로나19 한달] “우한 고립 국민을 데려와라”…외교당국 ‘전세기 투입’ 작전

김태이 기자
입력 2020-02-16 11:05
수정 2020-02-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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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과 협의하며 3차례 걸쳐 교민 등 848명 데려와…우한에 교민 100여명 잔류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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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교민 수송 전세기 김포 공항 도착
우한 교민 수송 전세기 김포 공항 도착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2020.2.1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두 번째이자 첫 한국인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4일.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발이 묶인 한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당국이 전날 우한을 떠나는 항공·열차·버스 편을 모두 끊으며 사실상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코로나19의 위협에 노출된 채 고립됐기 때문이다.

실제 우한주재 한국총영사관에는 우한을 벗어나게 도와달라는 교민과 출장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출장자들이 우한에 마땅한 연고도 없어 오래 머물기도 어려웠던 것이 정부가 전세기 투입을 추진하기로 한 이유였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우한은 고립되고 상당히 긴급한 위험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나오고 싶어도 자력으로 나올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은 즉각 중국 측과 전세기 투입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실제 전세기를 띄우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혼선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정세균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난달 30일과 31일 각 2차례씩 모두 4차례 전세기를 띄워 교민들을 국내로 수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 측이 전세기를 띄우기 직전에 “1대씩 순차적으로 보내자”라고 제동을 걸면서 양일간 1대씩만 투입됐고 우한에서 한국의 전세기를 기다리던 교민들은 상당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당국이 외국에서 전세기를 대거 투입해 ‘엑소더스(대탈출)’가 빚어지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려 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두 대의 전세기를 통해 701명의 교민이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우한과 인근 지역에는 여전히 적잖은 교민들이 남아있었다. 상당수는 중국인 가족의 출국이 막혀 함께 남아있기를 원하거나, 공항까지 가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데려올 정부의 3번째 전세기는 지난 11일 밤에 투입됐다.

중국 정부가 교민의 부모와 자녀 등 직계 친족과 배우자는 중국 국적이라도 전세기를 탈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면서 한국행 전세기에 몸을 실을 수 있는 교민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3차 전세기를 통해 교민과 중국인 가족 등 147명이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 교민이 79명, 이들의 중국인 가족이 67명(1명은 홍콩인)이며, 나머지 1명은 미국 국적으로 교민의 배우자다.

이 과정에서 외교부는 한 명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교민의 중국인 가족임을 증명하기 위한 영문·국민 가족관계증명서를 법원행정처와 협조해 챙겨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교민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어 전세기에 탑승하지 못하는 상황은 막기 위해 밤새도록 작업을 했다”면서 “다행히 서류 미비로 탑승하지 못한 이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3차례 전세기로 국내에 들어온 이들은 총 848명이지만, 우한에는 여전히 100여명의 교민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부분 삶의 터전이 우한이어서 쉽게 짐을 싸지 못하거나 공항까지 이동할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한 총영사관에는 이들을 챙기기 위해 이광호 부총영사를 비롯한 4명의 영사가 여전히 남아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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