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핵심 관계자 “본인이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
정봉주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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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9일 성추행 의혹 등에 명예훼손 재판을 받고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4·15 총선 예비후보 자격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는 당초 계획을 뒤집고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지역구 공천 예비후보 면접을 실시하기에 앞서 정 전 의원에 대해 논의했지만 답을 내지 못했다. 당 관계자는 “오늘 공관위 회의 공식 브리핑이 없다”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관위 전체회의가 면접 일정으로 중단된 상태고 오늘 내 결론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공관위 검증소위원회는 오전 면접 심사를 마친 뒤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정 전 의원 문제에 대해 회의했지만 진척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는 지난 6일 회의에서 정 전 의원의 예비후보 적격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해 이날 결론을 내리기로 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이 출마하려는 서울 강서갑 예비후보들의 면접은 오는 11일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날 당의 최종 입장을 결정해야 했다.
민주당은 법리적 판단과 정무적 판단을 동시에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 정 전 의원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는 정 전 의원이 예비후보자들이 거쳐야 하는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관위 검증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공관위원장인 원혜영 의원은 7일 라디오에서 “정 전 의원은 무고 등 혐의로 기소가 돼서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며 “그런데 이 무고 등 혐의가 성추행 논란과 관련돼 있어 좀 더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하는 공관위원들의 의견이 있어 충분한 검토과정을 거쳐 다음에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의 의혹에 대해 검토할 시간이 짧았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무적 판단 즉 당 안팎의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의 속내다. 정 전 의원이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 재판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 야당의 경쟁 후보가 이를 놓고 공세를 펼치면 당에도 부담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법원의 판결은 그저 유죄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뜻”이라며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며 그 판결마저 2심과 3심에서 뒤집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과 함께 가기 어렵다는 당 지도부의 분위기도 변함이 없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전 의원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해 “(지난 3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본인이 결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 당은 당사자의 명예도 존중하면서 혁신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 전 의원이 여전히 출마 의사가 강하다는 질문에 “정치는 생물”이라며 정 전 의원이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는 듯이 밝혔다. 공관위 관계자도 “정 전 의원 면접 전에 결론을 내야만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 전 의원이 부담스럽다는 당내 주류의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음에도 결론을 내지 않는 이유는 당이 최대한 고심했다는 흔적을 남겨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을 달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대변인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지지자 중 일부는 이해찬 대표 등을 비판하는 등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로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이날 여의도 당사 앞에서 정 전 의원이 무죄라며 피켓 시위를 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그가 예비후보 자격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 글을 올렸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