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엉터리 로켓 쏴놓고 외국기자에 들킬까봐…

北 엉터리 로켓 쏴놓고 외국기자에 들킬까봐…

입력 2012-04-13 00:00
수정 2012-04-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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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궤도진입 실패” 이례적 시인…안팎의 촘촘한 감시 의식한 듯

북한이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를 이례적으로 시인했다. 3년 전에는 모든 면에서 실패가 분명한데도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첨단 레이더망과 서방 취재진 등 워낙 안팎에서 감시의 눈초리가 많은 데다 실패를 인정해야 국제사회의 제재수위를 다소나마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북한이 판단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낮 12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3호가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기사를 통해 “조선에서의 첫 실용위성 광명성 3호 발사가 13일 오전 7시 38분 55초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됐다.”면서 “지구 관측위성의 궤도 진입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현재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간단히 보도를 끝마쳤다. 이는 광명성 3호 발사 후 4시간 20여분 만에 나온 것으로 이전 북한의 행태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강행한 13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로켓 발사 소식을 전하는 TV 밑으로 해군 장병들이 여객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북한이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은하 3호 로켓 발사를 강행한 13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로켓 발사 소식을 전하는 TV 밑으로 해군 장병들이 여객선을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의 다른 주요 매체도 긴급보도 형식으로 ‘광명성 3호의 궤도진입 실패’라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을 간략히 전했다.

북한은 1998년과 2009년 각각 광명성 1호와 2호 발사 당시에도 추진체가 동해와 태평양으로 추락해 국제사회로부터 ‘위성 궤도진입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혼자서만 ‘궤도진입 성공’이라고 주장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북한이 일찌감치 실패를 자인한 배경이 도저히 감출 수 없는 환경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정보망이 총 가동돼 있는 상황일 뿐 아니라, 북한내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외신기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두나라 정보당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조기경보위성(DSP)과 이동식 레이더인 SBX-1(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 등 온갖 첨단장비를 가동시켜왔다. 실제로 로켓 발사 사실을 처음 감지한 것은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었다.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운영하는 통합방위조직인 NORAD(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도 북한 로켓을 추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

북한은 이번 발사를 앞두고 전에 없이 외신과 전문가들까지 평북 철산 동창리 기지로 불러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했다고 주장하면 정말로 국제사회에 웃음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한듯 하다.

이에 더해 자기들은 미사일이 아닌 위성을 발사한 것이고, 선진국에서도 간혹 일어나는 것처럼 위성 궤도 진입에 실패했을 뿐이라는 식으로 몰아감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나 압력을 완화해 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발빠른 실패 인정의 이유가 무엇이든 로켓 발사에 대한 자신감 속에 외신 기자와 전문가들까지 불러들였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실패가 북한에 주는 후폭풍은 꽤 클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가인 마커스 놀론드 피터슨 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발사와 관련된 몇몇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발사 실패의 희생양으로 강제 노동 수용소에 수용되거나 죽음에 직면할 것”이라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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