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절’ 맞아 대미 적개심 고취·美의 대북정책 전환 촉구 의도
북한이 미국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부쩍 높여가고 있어 주목된다.
연합뉴스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인 2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연설에서 ”미제가 핵 항공모함과 핵 타격수단으로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려 든다면 우리 군대는 악의 총본산인 백악관과 펜타콘을 향하여, 태평양 상의 미제 군사기지와 미국 대도시들을 향해 핵탄두 로켓을 발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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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군 최고책임자가 공식석상에서 백악관 등을 거론하며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TV’가 작년 3월 화염에 휩싸인 미국 국회의사당의 합성 모습을 내보내면서 백악관이라고 소개한 적은 있지만 고위 인사가 ‘백악관 타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또 미국민들이 9·11테러 이후 본토가 공격받을 가능성에 큰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황 총정치국장의 발언은 매우 강도가 높은 셈이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2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한의 주한미군 기지 공격 계획에 따른 미사일 발사연습을 직접 점검하고 “남조선 강점 미제침략군과 그 추종 무리들을 하루빨리 이 땅에서 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주한미군을 타격대상으로 설정한 미사일 발사 연습을 공개하고 미군을 제거해야 한다는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공개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6·25전쟁에서 미국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둔 날이라고 주장하는 ‘7·27 전승절’(정전협정일)을 맞아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6·25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정전협정 체결을 통해 교전이 중단된 상태인 만큼 북한은 내부적으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주민들에게 재차 전쟁이 일어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호승심(好勝心)을 심어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위원회는 지난 3월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 정책을 비난하며 핵억제력 과시를 언급했다. 이어 4월에는 외무성 대변인담화를 통해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거론하며 핵실험에 시효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처럼 미국을 겨냥한 위협 수위를 끌어올려 미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중간선거, 핵실험 등을 언급한 만큼 올해 11월 즈음해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4차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통해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패배라는 상처를 안기고 대북정책의 전환을 끌어낸 적이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당시 미국 정치권에는 강경 일변도의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그해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 양원 모두 민주당이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북한이 올 9∼10월께 미국이 큰 우려를 갖고 있는 장거리 로켓을 먼저 발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후속 움직임 등을 지켜보고 핵실험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본토 공격 발언은 미국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미국과 북한 사이의 중재역할을 하는 중국 모두를 압박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기술적 준비 등이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핵실험 등의 도발을 한다면 아시안게임이 끝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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