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8·25 합의] 朴의 ‘원칙’… “사과 없이 타결 없다” 고수로 北 변화 이끌어내

[남북 8·25 합의] 朴의 ‘원칙’… “사과 없이 타결 없다” 고수로 北 변화 이끌어내

이지운 기자
입력 2015-08-25 23:36
수정 2015-08-2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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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뜬눈 지휘’ 朴대통령

남북 고위급 간의 막바지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박근혜(얼굴) 대통령의 ‘고강도’ 발언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 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매번 반복돼 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

협상이 진행 중이므로 박 대통령의 발언은 우회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대목은 회의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군을 신뢰할 것과 단결을 강조할 때에는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최악의 상황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혔다. 북측은 이로부터 남측의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확인한 것으로 청와대는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회담 기간 내내 새벽까지 협상 내용을 챙기며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회담을 지휘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과 없는 협상 타결은 불가하다’는 분명한 원칙이 서 있었기 때문에 여느 협상과 같은 ‘주고받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협상 당사자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으로서는 이를 관철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보고하고 일일이 청와대의 훈령을 기다리고 말 게 없었다는 얘기다. 남측은 사과 표명, 북측은 확성기 중단이라는 각각의 목표가 분명했던 만큼 협상 당사자인 김관진-황병서 라인은 도리어 풍부한 ‘재량권’을 행사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회담 후반부에는 폐쇄회로(CC)TV 없이 담판을 이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도 협상 당사자 간의 구체적인 줄다리기를 실시간 확인하지는 못했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군사 대치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경제와 국내 문제를 신경 쓰는 ‘여유’를 보였다. 24일에는 노동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노사에 책임 있는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 북한 리스크에 따른 국내 주가 하락 등을 언급하고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합의문이 도출된 25일에도 ‘길지 않은’ 평가를 내놓고 경제 행보를 이어 갔다. 이날은 5년 임기의 반환점을 찍은 날로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첫날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적극적인 투자를 독려하고 올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삼은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5-08-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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