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체제 만들기’ 펴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다가오는 총선이 중요합니다. 이렇게는 못 살겠다, 뭔가 확 달라져야 한다는 게 지금의 민심입니다. 그런데도 총선에서 야권이 이기지 못한다면, 대선 때 어떻게 대통령을 뽑아 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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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체제’라는 화두를 던진 백낙청(74)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3체제 만들기’(창비 펴냄)라는 책을 내고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책은 200쪽 정도의 짧은 분량이다. 제목엔 ‘만들기’ 같은 적극적 단어가 들어갔다. 스스로도 “나로서는 잘 하지 않던 짓”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절박한 어떤 느낌”을 담았다고 했다.
●“MB, 北 상대로 큰 장사하길 바랐는데…”
그는 절박한 이유로 “1987 체제의 말기적 현상을 이제는 끝낼 때가 왔다.”는 점을 들었다. 백 교수는 “1987 체제는 민주화, 자유화, 남북관계 개선 3가지가 있다.”면서 “노태우 정부에서부터 어느 정도 성과를 내왔으나 노무현 정부 중반부터 말기적 징후들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민주화에 대한 반감, 재벌의 독과점 강화와 노동귀족의 탄생, 남북관계의 파탄을 들었다. 1987 체제의 세 기둥 모두 흔들렸다는 평가다.
백 교수는 이명박 정부를 콕 집어 비판했다. 대통령이나 정부를 비판했다 하면 “어느 나라 국민이냐, 친북 아니냐는 말로 논쟁이 끝나는” 상황을 만들었다. 백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장사를 한 사람이고 실용주의까지 내걸었으니 다른 건 몰라도 북한을 상대로 큰 장사를 한번 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어느 정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 퇴행에 대한 반발을 누르기 위해 수구세력의 지지에 기댔고 이는 남북관계 파탄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큰 스승을 만나서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중요하고 상호 연관돼 있는지를 알게 됐다.”면서 “현 정부는 보수의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는 보수의 자격조차 없어”
해서 백 교수는 “올해 치러지는 선거에서 정권교체는 필수”라 주장했다. 야권의 선거 승리가 “북의 김정은 정권 출범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 표현했다. “1987 체제의 말기적 현상을 더 심화시키는 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그렇다 해도 그냥 정권교체로 끝나서는 안 된다. 2013 체제라 부르기 위해서는 적어도 1987 체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이미 정치권에서 2013 체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없는 만큼 각론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더 나서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2-01-2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