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았다”..서귀포축협 “안 좋은 게 섞였다”
설 하루 전인 지난 22일 쇠고기 산적(散炙)을 하려던 제주시 아라동의 주부 강모(55)씨는 전날 사온 쇠고기 포장을 뜯어보고 할 말을 잊었다.최고 등급 우둔(1++)이라던 쇠고기 3장 중에는 겨우 2등급 정도로 보이는 쇠고기 1장이 끼어 있었던 것.
강씨는 이 고기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서귀포시축협 축산물판매장에서 사왔다. 그는 명절에도 쓰고 제사 때도 쓸 생각으로 최고 등급 한우 우둔 3장씩 넣어 포장한 상품 4개를 한꺼번에 샀다.
그러나 그가 산 4개의 비닐 팩에는 모두 2등급으로 보이는 쇠고기가 가운데 부분에 끼워져 있었다.
축협 직매장이라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20㎞가 넘는 길을 다녀왔던 그는 당시 직매장으로 전화해 보았지만 휴일이어서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4개의 팩 중 3개의 팩에 들어 있던 쇠고기로 설 차례상을 차리고 다음 날인 24일 판매장으로 다시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강씨는 “겉에서 볼 때 마블링이 아주 잘 되어 있고 1++ 등급 표시가 돼 있어 다른 고기보다 비싸게 샀는데 가운데 들어 있는 1장은 마블링이 거의 없었다”며 “일반 식육점도 아니고 축협이 직영하는 매장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분개했다.
마블링이란 등심이나 목심, 갈비, 양지 등 살코기 속에 지방이 대리석 모양으로 고르게 박혀 있는 것을 말하며, 마블링이 잘 된 고기는 부드럽고 맛도 좋다.
16년간 쇠고기 등급 판정 관련 일을 하는 한 전문가는 강씨가 산 쇠고기를 보자 “마블링이 잘 된 위와 아래 고기는 1++ 등급이 맞지만 가운데 고기가 1++ 등급이 될 확률은 1∼2%밖에 안 된다”며 “그 고기는 겨우 2등급이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귀포시축협의 한 관계자는 “같은 등급의 우둔을 함께 묶어서 판매했는데 안 좋은 게 섞인 것 같다”며 “1++ 등급의 고기 중에도 좋은 부분이 있고 안 좋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법적으로 쇠고기의 등심, 안심, 채끝, 양지, 갈비 등 5개 품목은 같은 등급의 고기만 묶어 판매해야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여러 등급의 고기를 함께 묶어서 판매할 수 있다”며 “물건을 가지고 오시라고 했는데 아직 오지 않아 어떻게 조처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소비자가 볼 수 있는 쪽에는 마블링이 잘 된 고기를 넣고 안 보이는 쪽에는 마블링이 전혀 안 된 고기를 넣는 것은 얄팍한 상술일 뿐”이라며 보관해뒀던 남은 쇠고기를 농산물품질관리원 제주지원에 검사 의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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