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사고 시한폭탄 터진 것…병력감축 여파로 관심병사까지 근무 투입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GOP(일반전초)에서 21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GOP 근무와 병력 운용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전방부대 사병 총기난사 강화된 경계 강화
21일 오후 동부전선 최전방 GOP에서 초병이 동료 병사들을 향해 소총을 난사한 뒤 무장 탈영을 하는 사고가 발생해 강원도 고성 일대에 진돗개 ‘하나’가 발령 된 22일 오전, 사건 현장에서 인접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대대삼거리 검문소에서 장병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군 당국은 무장 탈병한 초병이 아직 민통선 내 부대 인근에 은신한 것으로 보고 현재 추적중이며, 주요 도로에 임시 검문소를 설치해 만일에 있을 도주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적진 코앞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간·야간 경계근무에 투입되는 병력에는 실전에 대비해 K-2 소총 1정과 수류탄 1발, 실탄 75발이 기본적으로 지급된다.
GOP에서는 총기와 실탄을 거의 휴대하다시피 하며 생활하기 때문에 GOP를 운영하는 부대는 인성검사 등을 통해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병력을 엄선해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육군 병력이 감축되면서 GOP 소요 병력 대비 선발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군의 한 관계자는 22일 전했다.
이 때문에 GOP에 투입돼서는 안 될 ‘관심병사’까지 선발되고 있다. 이번에 전우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도주한 임모 병장도 처음에는 A급 관심병사로 분류됐으나 GOP 투입 직전 B급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관심’으로 지정된 병사에 대해서는 GOP 근무를 배제해 왔으나 최근에는 병력 부족으로 A급 관심병사에 대해서만 GOP 근무를 제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병사는 A, B, C의 3등급으로 나뉘는데 A급은 특별관심 대상, B급은 중점 관리 대상, C급은 기본 관리대상이라고 한다. 전방부대 관계자는 “GOP에서는 항상 실탄을 휴대해야 하는 근무 특성상 근무자격을 갖춘 병사를 선발해 투입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GOP 소요 병력에 대비해 선발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병사도 데려가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무인기 침투 등 일련의 사건과 북한의 잇단 대남 위협 등으로 인한 대북 경계강화로 GOP 근무 병력의 피로도가 한계치에 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통 GOP 병력은 교대 주기가 최소 7개월에서 최대 1년인 것으로 알려졌다.오지에서 장기간 고립된 근무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마음과 몸이 지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로도가 높아진 GOP 근무 병력에 대한 치유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GOP 대대에 근무하는 병력에 대한 심리상담사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병사들이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기구 등이 갖춰진 병영생활관도 갖춰지지 않고 있다. 심리 상담체계와 현대화된 병영생활관은 예산문제로 전방의 연대급 부대를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GOP 부대에 근무하는 장병들에게 좀 더 여유로운 근무여건이 정책적으로 필요하지만 어떤 사건만 터지면 근무 강도를 높인다”면서 “요즘에는 GOP 근무 아들을 둔 부모들도 지휘관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불만사항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22사단은 예전에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5명이 숨지는 등 크고작은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1984년 6월 22사단 조모 일병이 GP근무 중 내무실에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해 1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조 일병은 총기를 난사한 직후 월북했다.
1988년에도 이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2개를 투척해 2명이 숨졌고, 2004년에는 불침번을 서던 병사가 무장탈영했다가 8시간 만에 붙잡혔다.
2년 전인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철책과 경계를 뚫고 GOP까지 내려와 내무반 문을 두드린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했다. 22사단은 귀순 병사가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철책 절단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져 장성 2명이 징계를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