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재판 법정서 유가족 통곡, 오열

세월호 재판 법정서 유가족 통곡, 오열

입력 2014-10-21 00:00
수정 2014-10-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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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교사 아내 “행복했던 내가, 사람들 얼굴 보기 무서워”생존 여학생 “함께 했던 약속 이젠 모두 지킬 수 없어”

“선서와 양심에 따라 숨기거나 보태지 아니하고, 사실 그대로 말하며….”(증인 선서)

세월호 승무원들을 심판하는 법정이 피해자 가족의 통곡으로 뒤덮였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21일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28회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다음주 결심에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들었다.

안산지원에서 재판이 중계된 이후 한동안 발길이 뜸해졌던 유가족들이 방청석 100여석을 채웠다.

단원고 학생의 부모, 실종된 교사의 아내, 생존자, 생존 학생의 가족 등 13명이 증언했다.

재판장은 “형사소송법상 피해자가 증인으로 출석할 수 있다. 위증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절차상 필요한 것이니 증인 선서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긴장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증인 선서 후 5분가량 영상이 법정 모니터를 통해 방영되자 가족들은 오열하기 시작했다.

여학생 6명이 노래를 부르며 손잡고 발랄하게 걷는 모습으로 시작한 영상에는 세월호 안에서 학생들이 찍은 모습, 이준석 선장이 탈출하는 모습, “퇴선방송을 지시했다”는 선장의 법정 진술이 차례로 담겨 있었다.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 가족들은 “사람 새끼가 맞느냐”, “이 살인자들아”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어 첫번째 진술에 나선 민모씨가 준비한 글을 읽어나가자 법정은 흐느낌으로 가득찼다.

민씨의 남편은 단원고 교사로 아직까지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민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서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말할 자신이 없다. 반년 넘는 고통과 슬픔, 앞으로 견딜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는 “사고 직후 며칠간 팽목항에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남편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며칠이 지나니 남편이기를 바라게 됐다”며 “이제는 뼛조각이라도 찾아서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가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싶다”고 울먹였다.

민씨는 “팔순 가까운 시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르고 9살, 7살 두 아이는 ‘너네 아빠 죽었느냐’고 묻는 친구들 질문에 고민한다”며 “맞잡은 손의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남편은 옆에 없고, 주변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행복해했던 나는 이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 얼굴 마주치는 게 무서워 고개들고 길을 걸을 수도 없다”고 탄식했다.

생존자 전모씨는 이어 증언대에 앉아 “더 많은 학생들과 같이 나와야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하다. 누구한테 지시를 받아 승객들에게 배에 가만히 있으라 했는지 궁금하다”며 피고인석에 앉은 승무원들에게 “진실을 말하라”고 호통쳤다.

다른 피해자는 생존 학생의 편지를 대신 읽었다.

단원고 2학년 여학생은 편지에서 “친구와 손잡고 같이 잠수하기로 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친구 손을 놓치고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나만 구조됐다”며 “친구들 한 명 한 명 말투, 생김새, 글씨, 좋아하는 음식, 취미 다 기억나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여학생은 “여름방학 때 여행가고, 대학 가서 술도 마시고, 결혼식에서 축가 불러주고, 자녀를 낳으면 가족 여행도 가고, 50대 아줌마 때 해외여행도 가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모두 지킬 수 없게 됐다”며 “사고 후 바다로 뛰어들어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다. 선원들 행동과 반대로, ‘어서 탈출하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모두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고 승무원들을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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