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꺼내 줄게 기다려, 미안해”… 그 바다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세월호 참사 1년-리멤버 0416] “꺼내 줄게 기다려, 미안해”… 그 바다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5-04-15 23:54
수정 2015-04-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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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세월호 1주기… 유가족들 다시 찾은 진도 침몰 해역 르포

15일 오전 7시 전남 진도군 팽목항. 전날까지 뿌리던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출렁이던 바다도 노여움을 거뒀다. 한 해 전 304명의 죄 없는 생명을 삼켰던 바다가 이날만큼은 원혼을 위로해도 좋다고 인심을 쓴 듯했다. 부두에는 최대 258명까지 탈 수 있는 여객선이 1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에서 북쪽으로 약 3㎞ 떨어진 곳. 1년 전 세월호가 침몰한 그 해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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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다시 찾은 세월호 침몰 해역에는 ‘세월’이란 글씨가 써진 노란 부표만 남아 있었다. 그 밑에선 한 해가 지나도록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200여명은 15일 그 바다를 다시 찾아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국화꽃과 노란 종이배 등을 바다로 건넸지만 파도가 이내 집어삼킬 뿐 답은 없었다. ‘국가개조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던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길 없었고 참사 수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1년 만에 다시 찾은 세월호 침몰 해역에는 ‘세월’이란 글씨가 써진 노란 부표만 남아 있었다. 그 밑에선 한 해가 지나도록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 200여명은 15일 그 바다를 다시 찾아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국화꽃과 노란 종이배 등을 바다로 건넸지만 파도가 이내 집어삼킬 뿐 답은 없었다. ‘국가개조론’까지 나오게 만들었던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가족들의 눈물은 마를 길 없었고 참사 수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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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년… 여전한 그리움
벌써 1년… 여전한 그리움 세월호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15일 희생자 유가족 등 200여명이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침몰 해역을 다시 찾아 ‘세월’이란 글씨가 쓰인 노란 부표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겨 있다.
진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40여분 뒤 버스 6대에 나눠 탄 세월호 희생자 가족 200여명이 팽목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참사 1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침몰 해역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실종자 9명의 귀환을 염원하는 헌화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여객선 안은 숙연했다. 가족들은 객실에서 조용히 대기하거나 객실 밖 난간에 기댄 채 먼발치를 말없이 응시했다.

난간 곁에 서 있던 단원고 2학년 8반 고 안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45)씨도 깊은 생각에 잠겼다. 갑자기 고개를 숙인 어머니의 눈물이 주르륵 수면 위로 흩날렸다. “차디찬 바닷속에서 우리 주현이가, 또 주현이 친구들이 분명 ‘살려 달라’고 울부짖었을 텐데, 말도 못할 고통을 겪었을 텐데, 아무것도 못해 준 게 미안해서….” 김씨는 1년 만에 사고 해역을 다시 찾았지만 바다에 나서는 일이 쉽진 않았다. “솔직히 망설였어요. 과연 그 끔찍했던 기억과 마주할 수 있을까 겁나기도 했고….” 하지만 김씨는 이렇게라도 아이와 만나는 길을 택했다.

오전 10시 46분 여객선은 세월호 침몰 해역을 표시한 노란색 부표 앞에 도착했다. 가족들은 실종자의 이름을 차례로 외쳤다. “우리가 꼭 찾겠습니다”라는 다짐이 이어졌다. 헌화가 시작됐다. 국화꽃을 비롯해 초코바, 과자, 책, 노란색 종이배, 빨간 편지 봉투 등이 던져졌다. 여객선은 순식간에 절절한 호곡의 바다가 됐다.

단원고 2학년 7반 허다윤(실종)양의 이모 박은경씨는 침몰 지점을 향해 목 놓아 외쳤다. “꺼내 줄게! 기다려! 미안해! 사랑한다!” 이윽고 정적이 흘렀다. 악명 높은 맹골수도의 파도도 잠잠해졌다. 실종자들과의 만남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오전 11시 20분 여객선은 침몰 해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단원고 2학년 1반 고 김주아양의 아버지 김칠성(55)씨는 딸에게 약속했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어요. 실종자도 안 돌아왔고, 인양도 아직 안 됐고,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도 제대로 안 밝혀졌고. 그러니 다시 와야죠. 이 바다로.”



진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5-04-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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