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대표회의 판사 896명 설문조사…상고심 개편엔 97%가 압도적 동의
일선 판사 10명 중 8명은 대법원이 하급심에서 이미 다뤘던 사실관계까지 심리하는 등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현행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 등에는 대법원의 상고심을 하급심 판결에 법령위반 사유가 없는지 판단하는 ‘법률심’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대법원은 법적 권한을 넘어 하급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 문제까지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8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제도 분과위원회가 이달 15∼22일 실시한 ‘상고심 개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판사 896명 중 736명(82.1%)은 ‘대법원이 사실문제에도 관여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운영이므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대법원이 사건에 나타난 사실관계의 인정 여부까지 판단하면서 상고사건 수가 증가할 뿐 아니라 심리범위가 늘어 대법관의 업무 과중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또 대법원이 사실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법률심으로만 운영되더라도 상고심 개편 작업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설문에 응한 판사 중 483명(60.8%)이 이같이 답했다.
현행 상고심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선 866명(97.2%)이 동의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개편 시기를 묻자 674명(77.4%)이 ‘시급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상고심 개편 방식으로는 법원이 허가한 사건만 상고를 허용하는 ‘상고허가제’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664명(74.4%)이 상고허가제에 ‘동의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상고허가제 방식으로는 508명(73.2%)이 ‘대법원에서 상고를 허가할 사건을 선별하는 방안’을 꼽았다.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두고 상고허가 여부를 심사하여 허가한 사건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하는 방안’에는 140명(20.2%)가 동의했다.
상고허가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전부터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던 제도 개편안이다. 이번 설문조사를 계기로 김 대법원장의 상고심 개편방안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상고허가제 이외의 상고심 개편방안인 대법관 증원에는 481명(54.0%)이, 상고법원 도입에는 184명(20.7%)이 찬성했다. 특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에 빌미가 된 상고법원에 대해서는 664명(74.4%)이 반대 의사를 밝혀 재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