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행복도시 사람들의 분통
토지 수용된 주민 60%는 보상 1억 미만타지 이주하거나 임대주택 생활고 겪어
산단 개발지엔 이익 노린 외지인들 ‘벌집’
“농사 못 지어 막막… 돈 있는 사람만 좋아”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로 세종시 공무원 가족이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 극대화를 노린 벌집을 지어 주목을 크게 받았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09_O2.jpg)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로 세종시 공무원 가족이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 극대화를 노린 벌집을 지어 주목을 크게 받았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09.jpg)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로 세종시 공무원 가족이 토지를 매입하고 보상 극대화를 노린 벌집을 지어 주목을 크게 받았다.
지난 6일 세종시 장군면 충렬사에서 열린 유형(1566~1615) 장군 제향식에서 만난 임만수(76·연기향교 전교)씨는 “자기들(공직자, 권력자 등)끼리 부동산 상승효과는 다 챙기고 고향을 내준 원주민은 상처만 받고 있다”면서 “참, 괘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종시의 아파트 값이 전국 최고 많이 올랐고 주변 땅값도 수십 배 올랐지만, 정작 세종시에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던 원주민들은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엄청난 개발 이익은 모두 외지인이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연서면 와촌리 소 축사에 산단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고향 떠나기가 두렵다고 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18_O2.jpg)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연서면 와촌리 소 축사에 산단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고향 떠나기가 두렵다고 했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18.jpg)
세종시 스마트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될 연서면 와촌리 소 축사에 산단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주민들은 고향 떠나기가 두렵다고 했다.
보상금을 얼마 못 받은 원주민 450여 가구는 세종시 도담동 도램7단지 영구임대아파트 7, 8단지에 입주했다. 임완수(77)씨는 “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몇 푼 안 되는 보상금을 까먹거나 자식들이 도와줘 먹고산다”고 귀띔했다. 그는 “‘행복아파트’라고 부르지만 여기 주민 대부분이 (이름처럼) 행복하지 않다”며 “고향에 살 때는 어려웠어도 밥을 나눠 먹고, 문 닫지 않고 살아도 되고 그랬는데…(고향 잃은 게) 한스럽다”고 말끝을 흐렸다. 또 최기현(75)씨는 2012년 고향인 세종시를 떠나 공주에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적은 보상비 때문에 농사지을 땅은 부여에 샀다. 최씨는 “요즘 부여까지 매일 1시간씩 넘게 출퇴근을 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면서 “그 좋은 논을 다 빼앗기고 타향에 와서 이 게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진의리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드넓은 장남평야는 지난해 10월 국내 도심 최대 규모의 국립 세종수목원이 만들어졌다. 최씨는 “툭하면 고향 땅이 ‘얼마 올랐다’고 하고, 거기 들어온 공무원이나 고위층이 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속이 터진다”면서 “세종신도시가 외지인만 배를 불려 줬다”고 비판했다.
![세종시 유림들이 지난 6일 장군면 충렬사에서 옛 충남 연기군 때부터 지내온 유형 장군 제향식을 열고 있다. 상당수 신도시 원주민인 유림들은 옛 마을 이웃을 만나 향수를 달래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30_O2.jpg)
![세종시 유림들이 지난 6일 장군면 충렬사에서 옛 충남 연기군 때부터 지내온 유형 장군 제향식을 열고 있다. 상당수 신도시 원주민인 유림들은 옛 마을 이웃을 만나 향수를 달래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21/04/11/SSI_20210411170530.jpg)
세종시 유림들이 지난 6일 장군면 충렬사에서 옛 충남 연기군 때부터 지내온 유형 장군 제향식을 열고 있다. 상당수 신도시 원주민인 유림들은 옛 마을 이웃을 만나 향수를 달래는 기회로 여기기도 한다.
글 사진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21-04-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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