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죽어 있었다?… 바둑 두던 이웃 살해한 60대 결국 중형

자고 일어나니 죽어 있었다?… 바둑 두던 이웃 살해한 60대 결국 중형

강동삼 기자
강동삼 기자
입력 2024-02-01 17:31
수정 2024-02-0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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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수법 잔인”… 징역 15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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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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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다 시비가 붙은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자고 일어나보니 죽어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중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1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69)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씨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씨가 자신의 주거지에서 B씨와 술을 마시고 바둑을 두다 B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 결과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였으며,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로 볼 수 있는 0.421%로 파악됐다.

A씨 측 변호인은 범행 장소인 피고인 주거지에 제3자의 출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은 주거지 앞 도로만 비추고 있으며 건물 뒷쪽 논이나 밭, 주차장 등을 통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이어 “피해자를 발견하자마자 임대인을 찾아가 신고해 달라고 했다”면서 전부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고, 설령 누군가 치밀하게 계획한 범행이라 가정하더라도 우연히 B씨가 A씨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게 된 점, 미행한 정황이 없는 점, 정작 범행 도구인 흉기는 싱크대에 놓여 있던 점 등에 비춰 용의주도한 제3자가 침입했을 가능성은 배제했다.

특히 피고인이 입고 있던 옷에서 어딘가에서 튄 듯한 형태의 피해자 혈흔이 발견된 점에 대해서도 “‘잠들었다 일어나보니 피해자가 숨져있었다’는 피고인 진술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범행 당일 A씨 주거지 옆집에 살던 이웃이 “해당 건물 방음이 잘 안 되는데, 옆 호실 거주자가 피고인이 목소리를 깔고 ‘너 죽을래. 내가 너 못 죽일 것 같냐’고 하는 말을 듣고 섬뜩함을 느껴 처음으로 문을 잠그고 잤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극도로 잔인하고 영문도 모른채 죽음을 맞은 피해자를 위해 위로할만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도 상해치사를 비롯해 사소한 시비로 폭력을 행사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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