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 시까지 한숨도 못 잤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네요.”
지난 6일 오전 경기 포천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폭탄 오폭 사고로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7일 오전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하품하거나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번 사고 충격으로 인해 유리창이 깨지고 건물에 균열이 가는 등 피해가 속출했으며,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 시에서 마련한 숙소나 친척 집에서 밤을 보냈다.
사고 지점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60여 년을 거주해 온 김진옥(78) 씨는 포천시에서 마련한 콘도로 이동했다.
김씨는 “집에 균열이 가고 유리창이 깨져 거실이 엉망이 됐다”며 “몸만 급히 피했지만, 평소 자던 곳이 아니라서 불안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아직 집 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더욱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춘천에서 급히 내려온 김 씨의 손자 최용선(24) 씨도 할머니 곁을 지키며 밤을 보내야 했다.
그는 “할머니가 걱정돼 바로 왔다”며 “시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긴 했지만, 사고 충격과 불안감에 할머니가 제대로 쉬지 못했다”고 전했다.
최종례(74) 씨는 사고 당시 마을 주민과 함께 밖에 있다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몸을 피했다.
그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엎어졌다. 소리가 엄청나게 컸고, 하늘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걸 봤다”며 “목이 아파서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영란(78) 씨는 “집이 가장 편할 것 같아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불안해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며 “새벽 6시가 돼서야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고 전했다.
오순분(78) 씨도 “콘도로 안 가고 집에서 잤는데 전등도 기울어지고 무서웠다”며 “아침부터 몸이 이상했고 겨우 두 시간밖에 못 잤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사고 트라우마로 인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는 주민들을 위해 트라우마센터 버스 1대를 투입해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충격이 커 주민들이 불안감 없이 정상 생활로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고 현장은 당국의 통제가 일부 풀리면서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폭탄을 맞은 포터 트럭에는 사고 당시 응급조치가 이뤄진 듯 피 묻은 붕대가 남아 있었다.
주택 곳곳에서는 벽에 균열이 가고,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오전 사고 이후 군 당국은 현장 정리 작업에 착수했으며, 깨진 유리와 건물 잔해 등을 수거하고 있다.
경기도는 전기 및 가스시설을 포함한 안전진단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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