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횟배앓이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 횟배앓이

입력 2010-06-14 00:00
수정 2010-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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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 보릿고개 넘기가 힘겨웠던 것은 배고픔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부잣집 개 먹듯 굶주렸던 시절, 쫄쫄 곯아 빈속에 뭐라도 채워넣어야 했는데 뭐가 있었어야지요. 점심 도시락도 없이 학교에서 찧고 까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없이 멀고 힘겨웠습니다.

깡마른 마빡에 괜히 식은 땀이 배이고, 주린 탓에 하늘이 빙빙 돌아넘어가면 배고픔을 못 견딘 철부지들, 우르르 길가 마늘밭으로 몰려들어가 쪼옥 쪼옥 마늘종을 빼먹곤 했지요.

약이 오른 마늘종은 참 매웠습니다. 빈속에 마늘종을 먹다 보면 나중에는 속이 아려 모두들 혀를 내두르며 마알간 침만 줄줄 흘려대곤 했지요. 그렇게 마늘종을 빼먹다 보면 어김없이 “아이고,배야.” 하며 나뒹구는 애가 있습니다. 텅 비어 쓴물만 가득 찬 뱃속에 독한 마늘종을 우겨넣듯 삼켜 댔으니 그걸 받아먹은 뱃속 회충들이 발광을 했을 터이지요.

배를 움켜쥐고 나뒹굴던 애는 솔밭에 누워 숨을 몰아쉽니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송송 배어난 진땀이 솔바람에 식을 무렵, 애는 툭툭 털고 일어나 귀가를 서두릅니다. 그런 일이 다반사니 배앓이를 한 놈도, 그걸 지켜보는 놈들도 그다지 놀라지 않습니다.

그런 마늘종을 요즘 사람들이 먹는다고 달라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요새야 회충이 없으니 횟배앓이는 없겠지만 대신 많은 사람들이 위장병을 가졌으니 빈속에 마늘종을 씹어 삼켰다가는 아마 데굴데굴 구를지도 모릅니다. 위염, 위궤양으로 상처난 위벽에 마늘즙을 문질러 댄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느 장사가 그걸 감당하겠습니까. 그러니 회충 없다고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위장 건강은 회충과는 무관한 일이니까요.

jeshim@seoul.co.kr
2010-06-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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