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病키워 年1만5000명 숨져도… 70%룰 집착하는 정부

병원서 病키워 年1만5000명 숨져도… 70%룰 집착하는 정부

최훈진 기자
입력 2015-06-09 23:36
수정 2015-06-1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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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6% 병원 감염… 세계 최고

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 수가 9일 현재 95명으로 확인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메르스 발병 2위국의 오명을 얻게 됐다. 의료계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선진국’이라는 평가 뒤에 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의 병원 내 감염관리 실태가 터져 나온 탓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정부가 그동안 의료복지 차원에서 병실 이용료를 낮추기 위해 국내 종합 대형병원의 다인실(4·6인실)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펴 온 게 바이러스 역습을 일으킨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9일 상급 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9월까지 다인실 비율을 전체 병실의 70%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등 일부 개정안을 통해 일반병상 확보 비율을 50%에서 70%로 늘리고, 이를 따르지 않는 병원에 대해 2인실 입원환자에게도 4인실 급여를 적용하는 ‘벌칙 조항’을 담았다.

그러나 이 같은 다인실 확대 정책이 오히려 메르스 등 병원 내 슈퍼 바이러스 감염 관리를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4년간 국내 병원 내 감염병 환자 발생률은 평균 약 6%로 집계됐다. 환자 100명 중 6명은 병을 고치러 왔다가 되레 감염병을 얻어간 셈이다. 의료계는 매년 만성질환자 중 병원 내 감염으로 숨지는 환자가 1만 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망 원인이 통상 병원에서 얻은 감염병이 아니라 기존 질환으로 집계되는 탓에 병원 내 감염 사망의 정확한 통계조차 규명되지 않고 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한국의 항생제 내성균 감염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뿐 아니라 각종 균들이 병원 내에서 환자들을 공격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서 병원의 감염 관리 수준은 낙제점이다. 우리나라의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병상 수는 평균 487개나 된다. 중소 영세병원은 감염관리 전담 간호사가 아예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병상 수만 늘릴 게 아니라 국내 병원들의 감염관리 프로그램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기본권인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과 별도로 안전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이 여실히 확인됐다”면서도 “감염 관리 및 안전을 위한 의료수가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 전 바이러스 감염 의심 환자들에게는 현재 보험비급여 대상인 상급병실(1·2·3인실) 이용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병원 내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의심 환자들이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게 보험급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6-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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