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비상] ① 메르스 무지 ② 정부의 독점 ③ 환자 조급증이 ‘감염 부채질’

[메르스 비상] ① 메르스 무지 ② 정부의 독점 ③ 환자 조급증이 ‘감염 부채질’

이성원 기자
입력 2015-06-14 23:34
수정 2015-06-15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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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진단한 ‘확산 3대 원인’

메르스의 확산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3일부터 4차 감염자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차, 6차 감염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메르스 이상 확산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정보 독점’, ‘오판’, ‘조급증’ 등 3가지를 꼽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이후 상황별 주요 고비를 분석해 본다.

방역 체계는 무지했다. 지난달 4일 입국한 1번째 환자의 증상 발현은 같은 달 11일부터 나타났다. 중동에서 입국했지만 메르스 잠복기(2~14일)를 간과하며 “설마”하는 안일한 인식이 작용했다. 이른바 ‘제1전선’(전염병이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단계) 방어라는 개념이 없었던 셈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구촌 시대에 국내 울타리 방역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제2전선’(응급실 등 환자가 찾아가는 진료실) 붕괴는 상황에 대한 당국의 오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보건복지부는 1번째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했던 지난달 15~17일 같은 병실에 있었던 사람들을 의심환자로 분류해 격리했다. 당시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메르스 전염력은 대단히 낮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당국의 발표와 달리 다른 병실에 있던 환자들도 메르스에 감염되기 시작했다. 1번째 환자의 비말(침이나 가래에서 파생된 작은 물방울)이 작은 입자로 공기 내 떠다니다가 공기를 타고 먼 거리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따져 보지도 못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초기에 메르스 전파력을 과소평가했고, 환자 격리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잡았던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정보 독점’을 초기 메르스 사태를 키운 최고의 정책 오류로 꼽았다. 메르스는 병원 울타리를 넘나들며 감염 환자를 확대해 나갔다. 보건당국이 1번째 환자에 대한 확진 이후 이 환자가 다녀간 병원을 모두 공개했다면 적어도 삼성서울병원 등에서 퍼졌던 3차 감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지난 7일에서야 환자가 발생한 병원 6곳과 경유한 의료기관 18곳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통해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는 69명으로 전체 감염자 145명의 절반에 가깝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부터라도 신종 전염병의 경우 신속하게 관련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병원을 집중적으로 옮겨 다닌 환자들의 조급증도 확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슈퍼전파자로 지목되는 16번째 환자는 평택성모병원과 대전 대청병원(5월 25~27일), 대전 건양대병원(5월 28~30일) 등을 옮겨 다녔다. 이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는 각각 12명과 10명이 나왔다. 그 근저에는 민간 대형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역거점 공공 병원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보건당국이 이 병원에 대한 관리를 허술하게 하면서 메르스가 퍼졌다”면서 “지역마다 제대로 된 공공병원만 있었어도 이 정도의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5-06-1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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