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 장충동 자택서 입장 정리
이재현 회장의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24일 CJ그룹에는 침통함과 긴장감이 감돌았다.서울 남대문로 그룹 본사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한산했고 직원들도 특별한 동요없이 업무를 이어갔으나 내부 기류는 긴박하게 흘러갔다.
검찰로부터 이 회장의 소환 통보가 온 지난 22일부터 비상 체제를 가동한 그룹 수뇌부는 이날도 오전 8시부터 이관훈 대표이사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소환에 대비했다.
이들은 휴일인 전날에도 전원 출근해 검찰에서 제기하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그룹 차원의 대응 방안을 밤늦게까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예견된 사안이긴 했지만 검찰 소환 통보가 갑작스럽게 와 당황스럽다”며 “최대한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준비에 임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J그룹은 이미 이달초부터 이 회장의 검찰 소환에 대비해 국내외 비자금 문제에 대한 해명논리를 구성하고 있다. 또 이전 재벌총수의 검찰 출두 사례, 당일 현장 동선, 입퇴장시 발언 내용과 수위 등 실무 준비를 꼼꼼하게 병행해 왔다.
검찰 조사 이후 그룹 본사와 인재개발원 집무실을 오가며 집무를 보아온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그룹 본사로 출근해 소환과 관련한 마지막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회장은 장충동 자택에 머물며 소환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핵심 관계자는 “소환 전날인 만큼 집무를 보기보다는 변호인단과 상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며 “장충동 자택에서 소환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CJ는 소환 당일에는 배석 인원을 최소화하고 이 회장의 외부 발언도 예측가능한 선에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조사에는 비서팀장인 김홍기 부사장만 그룹측에서 배석하고, 로펌 김앤장과 광장에서 합동으로 꾸린 변호인단에서 한 명이 동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정도의 발언만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물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이 회장 소환 이후에는 총수 사법처리를 염두에 둔 비상체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소환 이후 이르면 다음날 구속 영장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회장의 부재를 가정한 대응방안 논의를 더 미루기는 힘들 것”이라며 “본격적인 후계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다.
그룹 내부에서도 그간은 ‘불경’에 속해 차마 입밖에 내놓지 않았지만, 소환 이후에는 이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부회장이 그룹을 대신 이끌거나, 현재 그룹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있는 손경식 회장이 자연스럽게 뒤를 맡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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